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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뮤직테이스트] 팬들의 콘서트 요청을 모아 공연 추진. 모두를 만족시키는 ‘행복한 역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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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원문 : http://dbr.donga.com/article/view/1203/article_no/8178

콘서트 시장은 10년 전이나 30년 전이나 변화가 없다. 여전히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일지 정확한 수요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공연이 추진되고, 팬들은 공연이 공식 발표되기까지 마냥 가슴을 졸여야 한다. 예상만큼 표가 팔리지 않으면 공연 자체가 취소되는 일도 부지기수다. 이 같은 ‘깜깜이’ 콘서트 시장에 이재석 대표는 ‘마이뮤직테이스트’를 내놓고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특정 가수의 콘서트를 보고 싶은 팬들의 수요를 파악하는 플랫폼을 설계, 팬들이 요청에 따라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공연이 성사되게끔 만든 것. 전 세계 120만여 명의 사용자가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으며 바르샤바, 리스본 등 전 세계 방방곡곡에서 130여 회의 공연이 마이뮤직테이스트를 통해 현실화됐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조규원(홍익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팬들이 공연을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공연을 요청할 수는 없을까?’ 영국의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열혈 팬이던 남성은 매년 설레고 실망하기를 반복했다. 한국 내 콜드플레이 팬클럽 운영진으로서 매년 콜드플레이 매니저와 에이전시에 “한국에서도 공연을 열어 달라”고 간곡히 e메일을 쓰곤 했지만 번번이 투어 라인업에서 한국은 빠져버렸다. “올해는 온다고 하더니 또 빠졌네.”

반면 같은 기간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콜드플레이 공연이 수차례 진행됐다. 미국과 1∼2위를 다툴 정도로 음악시장의 규모가 크고 도쿄 이외에도 오사카, 삿포로, 후쿠오카식으로 일본 전역에서 투어를 진행해 일정 수익을 담보할 수 있다 보니 한국은 외면하더라도 일본시장은 찾는 것이었다. 한동안 낙담하던 남성에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팬들이 역으로 먼저 공연을 열어달라고, 공연만 열리면 한국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티켓을 살 의향이 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면 가수들이 관심을 가지고 콘서트를 열 수 있지 않을까.

콜드플레이에 대한 ‘팬심’에서 출발한 ‘역(逆)발상’은 현실이 됐다.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넥슨에서 ‘메이플스토리’ 개발에 참여한 개발자이자 콜드플레이의 열혈 팬이던 이재석 대표는 
2011년 공연 수요 예측 플랫폼인 ‘마이뮤직테이스트’를 열어 불만스럽던 공연업계에 직접 뛰어들었다. 팬들이 마이뮤직테이스트 웹사이트(www.mymusictaste.com)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의 공연을 요청하도록 해 이를 통해 실질적인 공연 수요를 예측한 것이다. 이미 플랫폼 가입자가 120만 명에 이르며 인피니트, 블락비, 에픽하이 등의 해외 공연이 마이뮤직테이스트의 수요 예측을 통해 성사됐다.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마이뮤직테이스트는 2016년 소프트뱅크벤처스, DT캐피털 등으로부터 10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마이뮤직테이스트의 성장과 함께 콜드플레이의 광팬이던 남성은 이제 스타트업을 꿈꾸는 대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자 한류 확장의 선봉장, 이른바 ‘K팝 전도사’가 됐다. 팬들의 요청으로 성사된 공연을 따라 한 달의 절반가량은 해외를 누비는 이 대표를 DBR이 직접 만났다.



‘마이뮤직테이스트’의 이재석 대표는 철저히 공급자 중심이던 콘서트 시장의 중심에 ‘팬’을 불러왔다. 팬들은 수동적으로 공연을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원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신청하고 그를 홍보하며 공연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이 대표는 ‘이제 시작’이라며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공연업계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한다.

공연을 기다리기만 하던 팬들이 직접 가수에게 공연을 요청한다는 ‘역발상’이 성공의 핵심이었던 것 같다. 이 같은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출발했는가.

콜드플레이 한국 팬클럽 운영진으로서 콜드플레이의 매니저나 에이전시와 많은 e메일을 주고받았는데 항상 내한공연 계획을 물어보면 그들의 답변은 ‘NO’였다. 실망을 거듭하다 자연스럽게 공급자 중심인 이 시장을 수요자 중심으로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구상을 하게 됐다. 게다가 사실 공연시장이라고 하는 게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아티스트의 입장에서 봐도 아시아 투어를 기획하기가 쉽지 않다. 공연할 도시를 선정하는 것부터, 어떤 장소를 빌려야 할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일지 예측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가 난제다. 게다가 공연산업은 고정비용이 많이 드는 분야다. 대관료, 무대장치 등 기본적으로 투입되는 고정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에 예상만큼 티켓이 안 팔리면 수익률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이 때문에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대형 아티스들의 공연도 심심치 않게 취소되곤 한다. 최근에도 한 유명 힙합 아티스트의 내한 공연 및 아시아 투어가 전격 취소됐다. 저스틴 비버 같은 가수도 한 해에 100회 이상 공연을 하는데 7∼8개의 공연이 취소된다. 한마디로 수익률을 논할 수 없는,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굉장히 큰 시장이었다. 그런데 마이뮤직테이스트가 처음으로 수요 예측 플랫폼을 들고나와 수익률을 거론한 것이다. 따라서 순식간에 마켓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수요 예측을 위해서는 일단 일정 규모 이상의 가입자가 필요했을 것이다. 플랫폼 가입자들을 확대하고 기반을 다지기까지 어떤 전략을 폈는가.

기본적으로 전 세계적인 K-POP 열기의 덕을 안 봤다고 할 수 없다. 워낙 K-POP 팬덤이 강력하고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팬들 사이에서 “K-POP 그룹의 공연을 요청할 수 있는 플랫폼이 생겼다”는 식의 바이럴 마케팅이 이뤄졌다. 물론 팬들의 바이럴 마케팅을 더 확대하기 위해 아티스트들의 영상 메시지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아티스트가 마이뮤직테이스트 공식 유튜브를 통해 팬들에게 “어디에 계신지 알려주시면 우리가 공연하러 갈게요” 같은 영상메시지를 전달하며 공연 요청을 격려하도록 한 것.

사실 음악이나 공연 업계가 굉장히 보수적이고 폐쇄된 네트워크 기반의 산업이고, 나는 넥슨에서 ‘메이플스토리’를 개발하는 등 게임업계에 몸담아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결국에는 모든 비즈니스에서 ‘윈윈(Win-Win)’ 구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투어가 워낙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아티스트 입장에서도 내 팬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나. 그런 마음을 자극해 협조를 구해냈다. 마이뮤직테이스트가 추구하는 바와 홍보영상이 가져올 파급 효과, 실제로 아티스트들한테는 어떤 이득이 있는지를 명확히 설명하니 동참하는 아티스트들이 늘어났다. 초반에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해준 아티스트는 루나플라이, 솔루션스였다. 솔루션스는 인디 아티스트인데 우리가 마이뮤직테이스트를 통해 해외에서의 공연 수요를 확인, 실제로 유럽 투어를 진행했다. 내가 직접 로드매니저, 투어매니저, 드라이버 역할을 했다

회원들의 플랫폼 참여도에 따라 포인트가 축적되고 랭킹이 매겨지는 등 전반적으로 ‘게임적인 요소’들이 많이 가미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게임적인 요소를 가미한 부분들이 있다. 사실 공연을 요청하고, 공연 개최가 확정돼 발표되고, 실제로 공연장에서 공연이 열리기까지가 모두 마이뮤직테이스트의 영역이다. 그런데 알다시피 굉장히 오랜 시간에 걸쳐 있다. 보통 O2O 업체들은 ‘즉각성’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카카오택시를 부르면 바로 택시가 오고, 배달의민족의 경우도 주문을 하면 바로 음식이 온다. 하지만 마이뮤직테이스트는 팬들이 의사표시를 했다 하더라도 당장 내일 공연이 이뤄지는 서비스가 아니다. 따라서 장기간에 걸쳐 공연이 이뤄지는 과정 자체를 ‘함께하도록’ 유인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 관건이었다. 공연이 열리지 못하면 왜 열리지 못하는지에 대해 팬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팬들의 기대치를 관리하며, 팬들이 계속 참여하도록 만들어야 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포인트 제도, 포인트에 따라 랭킹을 매기는 ‘리더 보드’, 랭킹을 올리기 위한 ‘데일리 미션’과 같은 요소들을 집어넣었다.

이를 통해 팬들과의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은 물론이고 팬들의 참여도 유도하고 있다. 사실 게임에서도 그렇지만 유저들이 플랫폼에 머무르며 남기는 정보가 게임을 위해서도 쓰이지만 다른 유용한 정보로 재가공될 수 있다. 예컨대 우리 유저들의 정보는 기본적으로 수요 예측에 활용되지만 공연 세트리스트(set list, 콘서트를 진행할 때 연주하는 곡의 목차)를 구성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모든 아티스트들이 도시별로, 그 지역 팬들의 성향에 따라 세트리스트를 바꾸고 싶다는 니즈를 갖고 있다. 단, 지금까지는 그렇게 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었던 게 문제였다. 하지만 우리는 팬들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도시별로 고객들의 선호도를 파악할 수 있다.

팬들이 공연을 요청했다 하더라도 성사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성사가 안 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유저들의 ‘충성도’를 유지시키는 것에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그렇다. 유저들의 요청을 받아 콘서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하지만 모든 콘서트를 성사시킬 수는 없다. 다만 이런 부분에 대해서 최대한 솔직하게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 노력한다. 어떤 도시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공연 요청이 있었다고 하면 아티스트를 만날 때 꼭 우선적으로 제안하고, 실제로 언급이 된 도시들을 공개한다. 제안했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하면 ‘이번에는 이러이러한 이유로 공연이 성사되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유저들에게 e메일 등을 통해 최대한 투명하게 알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티스트가 해당 도시의 팬들을 향해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 콘서트는 성사되지 않더라도 유저들이 가지고 싶었던 여러 가지 공연 기획상품 등을 판매하기도 한다. 물론 콘서트가 열리는 것이 최고의 보상이겠지만 사실 팬들은 마이뮤직테이스트를 통해 아티스트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열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단순히 원했던 콘서트가 유치되지 않는다고 이탈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마이뮤직테이스트를 이용하며 조금 더 기다려주거나 혹은 다른 아티스트의 콘서트를 요청하는 것이다. 이런 충성도와 참여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전체 가입자의 99% 이상이 해외 유저들이라고 들었다. 이 같은 상황을 예측했나, 아니면 K-POP의 팽창과 함께 예기치 않게 흘러온 측면이 있나.

유럽, 북남미, 아시아가 3분의 1 정도씩 되는데 유럽 이용자가 살짝 더 많은 편이다. 마이뮤직테이스트가 일종의 ‘학습효과’가 강하게 작용하는 서비스다. “실제로 요청을 하니깐 공연이 만들어졌다”는 유저들의 학습효과가 영향을 미친다. 지금까지 유럽에서 이뤄진 공연들이 많았기 때문에 유럽 유저들이 좀 더 많은 것 같다. 연령대나 성별로 보면 15∼25세 여성이 주류다. 공연시장 자체가 여성들이 ‘메인’이다. 남성들은 술 마시는 데는 10만 원을 쉽게 쓰면서도 공연 티켓을 사기 위해서는 돈을 잘 쓰지 않는 편이다.

처음부터 글로벌 확장을 고려했다. 그래서 플랫폼을 열 때부터 3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했고 지금은 14개 언어로 플랫폼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유럽, 북남미에서까지 열광적인 반응을 얻는 글로벌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일본이 워낙 공연시장 규모가 큰 편이기 때문에 일본, 한국, 아시아권에서만 입지를 굳혀도 충분히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예상을 뛰어넘어 확장이 되고 있다. 지금은 300개 도시에서 공연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이렇게 전선이 확산돼 어려운 점도 있지만 리스크가 ‘헤징(hedging)’된 측면도 있다. 메르스 사태, 세월호 참사 등 가슴 아픈 일들로 인해 한국 공연업계나 아티스트들은 근 몇 년간 굉장히 힘들었다. 그런데 우리는 해외에서의 공연이 주가 되다 보니 계속 성장할 수 있었다. 사용자가 한 지역에 치우쳐 있지 않다는 것도 강점이다. 사드 배치 문제로 혐한령이 확산됐지만 유럽, 남미 사용자가 워낙 많다 보니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았다.

결국에는 얼마나 정확하게 수요를 예측해내느냐가 마이뮤직테이스트의 서비스를 지탱하는 핵심일 것이다. 데이터가 쌓이면서 수요 예측 방식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는가.

그렇다. 수요 예측의 ‘키’는 결국 정성적인 데이터를 어떻게 정량화할 수 있을까다. 정성적인 데이터들을 우리들만의 기술로 트래킹해서 ‘수치화’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아티스트가 공연을 하더라도 어떤 도시는 가장 비싼 티켓부터 매진되고, 어떤 도시는 가장 싼 티켓부터 매진된다.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도시별로 다 다른 까닭이다. 이런 부분들도 데이터화해 놓아야 다음번 공연을 할 때 수요 예측의 정확성을 더 높일 수 있다. 공연의 리스크 요인도 미리 알아낼 수 있다. 예컨대 우리는 플랫폼을 통해 방탄소년단의 공연을 요청한 팬들이 또 어떤 아티스트의 공연을 요청했는지도 다 파악할 수 있다. 만약 같은 시기, 방탄소년단과 또 다른 아티스트가 공연을 할 계획이라면 얼마나 팬층이 겹치고, 어떻게 분포할지도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유저들의 행동들이 다 트래킹되기 때문에 도시별 특이점도 다 체크되고 있다. “A도시는 마이뮤직테이스트를 5번 이상 이용한 팬들 중 60%가 티켓을 사는 등 열성도가 높다”와 같은 특이점이 파악되는 것이다. 이런 정성적인 데이터들이 계속해서 정량화되고 있으며 업데이트돼 수요 예측에 활용되고 있다. 공연 수익을 플러스, 마이너스 15% 범위에서 예측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이 예상치를 크게 벗어난 공연은 없었다.

저스틴 비버도 콘서트가 취소될 만큼 공연시장이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일 가수의 컨디션, 날씨,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 등 예상 못한 변수들이 많을 것 같은데….

심지어 요즘 들어서는 ‘테러’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아마 한국의 스타트업 중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테러 때문에 가장 고민하는 곳이 우리일 것이다. 사실 프랑스 파리 클럽 ‘바타클랑’에서 우리가 공연을 진행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테러가 났다. 테러 때문에 부상당하거나 사망한 클럽 스태프들을 보면서 아찔했다. 우리가 책임자가 돼 아티스트들과 투어를 진행하는 것이다 보니 안전문제가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이 밖에도 출입국 과정, 눈이나 비 등 소소한 변수들이 곳곳에서 생겨난다.

플랫폼을 구축하고, 인력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자금은 어떻게 조달했는가. ‘메이플스토리’에서 번 돈을 시드머니로 활용한 것인가.

메이플 스토리를 통해 큰 돈을 번 것은 아니고, 월급과 인센티브를 차곡차곡 모아 시드머니로 활용했는데 자금난으로 많이 고생했다. 공연 시장이라고 하는 게 수익률을 논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보니 투자사 입장에서는 선뜻 투자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게다가 수익률이 안 좋은 투자 펀드들 가운데 공연에 투자했던 펀드들이 적지 않다. 공연 시장에서 뭔가 혁신을 한다고 하면 투자자들 자체가 ‘일단 증명해보라’는 분위기였다. 이렇게 투자금 유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2014∼2015년에는 완전히 데스밸리(death valley, 창업 3∼7년 차 죽음의 계곡)였다. 창업멤버들에게는 월급도 주지 못하는 상황이 1년여간 지속됐다. 일단 버티면서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매력도를 투자자들에게 실제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었다. 유럽, 남미, 북미에서 공연을 하며 “이게 우리가 하려는 혁신적인 서비스이고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주려 했다.

혹독한 데스밸리를 지나왔다고 했는데 그때를 버티게 한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결국 항상 공급자 중심으로 추진되던 공연에 대해 수요자인 팬이 요청해서 실제로 공연이 열리고 “이제 공연은 요청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생기기까지는 굉장한 장기전이다. 사람의 행동이 달라지고 마인드가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닌가. 어떤 공연이 발표됐으니 티켓을 사러 간다는 것에서 내가 음악을 듣다가 마음에 드는 아티스트를 발견했을 때 공연을 요청하는 것이라는 쪽으로 변해야 했다. 그래서 데스밸리가 찾아왔을 때도 “장기전이니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아직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넘쳐난다”는 생각으로 후퇴하지 않고 계속 전진했다. 물론 개인마다 동기부여가 이뤄지는 포인트들이 다르겠지만 나는 “패러다임 전환을 이뤄내겠다”라는 장기적 목표에 대한 믿음이 명확했기 때문에 계속 달려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 15∼25세 유저들은 공연을 요청해서 만들어가는 문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10년 후에 그들이 25∼35세가 되고, 또 35∼45세가 되면 자연스럽게 패러다임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본다. 사실 1000명의 팬이 스스로 요청을 해서 만들어낸 공연에 가보면 5000∼6000명의 함성이 난다. 그냥 시간이 맞아서 찾아오거나 초대를 받아서 온 팬들이 아니라 직접 요청을 해서 공연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일조한 팬들이니깐 말이다. 아티스트들도 그것을 느낀다. 이에 따라 아티스트-팬이 상호작용하며 시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극대화되는 순간이 만들어진다. 반대로 초대권이 1000장 이상 뿌려진 공연의 경우 3000명이 앉아 있더라도 함성은 500∼600명 수준에 불과하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아티스트에게도 굉장한 에너지를 주고 있다. 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공연 자체가 자극을 주는 이벤트지만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요청해서 그 공연에 직접 참여하면 자극이 몇 배로 증폭된다. 이 때문에 계속 요청이 들어오고, 이를 바탕으로 공연이 성사되고 있다. 마이뮤직테이스트를 통해 이렇게 아티스트-팬들의 행복감을 극대화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다.

수없이 많은 투자 피치를 진행했을 텐데 그중 유독 기억에 남는 투자 피치가 있나.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트랙1, 트랙2가 흘러나오듯이 입에서 줄줄 회사 소개와 투자제안이 나올 수 있을 정도로 투자 피치를 많이 다녔다. 그러다보니 운도 따르더라. 우리 투자사 중에 싱가포르 투자사 한 곳이 있다. 이곳에서 한국에서의 투자 기회를 찾기 위해 한국의 유망한 스타트업 대표들을 이태원 식당으로 모아 디너 미팅을 진행했는데, 마침 그 주변에서 음악 관련 콘퍼런스가 열렸다. 아티스트들과 공연 관련 업계 관계자들이 모이는 행사였는데 투자자들에게 제안해 디너 미팅이 끝난 뒤 그쪽으로 합류했다. 사업 이야기 없이 한국의 K-POP 아티스트들이 어떻게 공연을 하는지를 보여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전화가 와서 다시 자세히 사업에 대해 질문을 해오더라. 그 전날 밤 행사를 통해 나에 대해 “공연 업계에서 좋은 평판을 쌓아온 실력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 것이다. 사실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투자까지 연결될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매출 구조가 궁금하다. 공연 수요만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직접 공연 기획에도 참여하는 것으로 아는데….

지난해 매출은 57억 원으로 매년 200% 이상 성장 중이다.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연 관련 컨설팅을 제공해 수수료를 받기도 하지만 직접 해당 공연에 투자를 하거나 공연을 기획해 티켓판매를 통한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공연업계에서 ‘인베스터’ ‘퍼블리셔’의 역할을 함께하고 있다. 투자도 하고, 배급도 하는 일종의 투자배급사다. 사실 공연기획사와 아티스트 및 아티스트를 관리하는 에이전시 사이에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가 쉽지 않다. 공연을 기획하는 회사 입장에서 보면 비용 관리가 생명이다. 반면 아티스트나 에이전시 입장에서는 공연의 질이 최우선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공연기획사 입장에서는 10m 길이의 무대 세트를 가지고 공연을 하고 싶다고 할 때, 아티스트는 15m 정도는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대 외에도 조명, 특수효과 등 수십 가지 선택사항을 두고 공연기획사와 아티스트의 이해관계가 상충된다. 하지만 마이뮤직테이스트는 수요 예측 모델을 가지고 실질적으로 수익 예상치를 산출해낼 수 있고, 그를 바탕으로 선택을 내릴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연 투자를 넘어 실제 공연 운영까지 맡게 된 상황이다.

현재는 콘서트 시장만 다루고 있지만 강연 등에 대해서도 이런 식의 수요 예측이 가능할 것 같다. ‘수요 예측 플랫폼’의 틀을 다른 영역으로 확대해볼 생각은 없는가.

‘팬덤’이 존재하는 시장이라면 어디든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연도 있을 것이고, 루브르박물관 전시회를 어느 도시에서 열 것인가, 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맨체스터 시티와 같은 축구 클럽팀이 친선경기를 가야 하는데 어느 도시로 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시장들이 현재는 여전히 공급자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정확하게 수요가 어느 정도나 있는지 예측을 정확하게 못 하고 추진된다. 팬덤이 존재하는 이런 시장들에 대해서 우리 플랫폼을 활용해 수요자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해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공연과 관객을 잇는 ‘통로’ 역할을 하며 성공을 거뒀으나 점차 유사한 플랫폼들이 늘어나는 것 같은데….

유사한 플랫폼이 늘어나는 것에도 긍정적이다. 힘이 모이면 모일수록, 다양한 도전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불안함도 있다. 공급자 중심이던 것을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시도에 대해 기존 업계의 아티스트들이나 관계자들이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패러다임 전환이 가속화될 텐데 혹시나 안 좋은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차츰 마음을 열고 있는 관계자들이 도리어 새로운 시도를 관두거나 마음을 닫아버릴 수 있다. 우리는 ‘퍼스트 무버’로서 굉장한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 모든 게 처음이지만 우리 스스로 모방 DNA보다 ‘퍼스트 무버’의 DNA를 가지고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며 달려가고 있다. 우리와 같은 수준의 수요 예측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현재 브라질과 인도네시아에서 유사한 서비스가 출현하고 있다.

회사가 커지면서 직원 채용과 관리에도 고민이 많을 것 같은데 마이뮤직테이스트의 인재상은 무엇인가. 일단 ‘콘서트 덕후’여야 하는가.

면접 볼 때 던지는 첫 번째 질문이 “어떤 아티스트를 제일 좋아하냐”는 것이다. 더불어 공연을 올리는 과정이 굉장히 예측 불가능하고, 고된 일들이 많다. 따라서 ‘프런티어’ ‘퍼스트무버’로서의 DNA가 있어야 한다. 그냥 주입식 교육을 잘 따라온, 학교에서 좋은 교육을 받은 인재들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최근에 ‘진짜 힘들었던 일’ ‘울었던 일’을 물어보고 그 일을 잘 극복했는지도 꼭 질문한다.

여담이지만 이재석 대표 외에도 게임업계를 거친 CEO들이 굉장히 많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무엇보다 게임회사의 문화를 경험한 것이 창업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나 같은 경우 2007∼2009년 넥슨에 있으면서 30명이던 조직이 300명이 되고, 600명이 되고, 1500명이 되는 과정을 직접 경험했다. 넥슨 초창기 멤버들이 하는 고민, 또 새로운 회사를 창업하는 등 도전하는 환경을 생생히 지켜볼 수 있었다. 또 게임의 경우 서버가 다운되고 한 시간 안에 복구가 안 되면 수십억 원의 수익이 날아갈 수 있는 상황이 빈번히 벌어진다. 어떤 회사들은 이 때문에 ‘서버에 문제가 생기면 30분 안에 즉각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개발자들로부터 서약을 받아두기도 한다. ‘5분 대기조’식의 스트레스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확실히 유저들에게 더 세심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물론 게임업계식의 즉각 대응이 요구되지는 않지만 지금 마이뮤직테이스트에도 팬들의 요청과 e메일이 넘쳐난다. 전 세계에서 e메일로 쏟아지는 팬들의 요청과 불평, 감사 인사를 받아들이고 피드백하며 커뮤니케이션하는 데는 게임업계에서의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됐다.


좋아하는 분야에서 창업을 한, 굉장히 드문 ‘덕업일치’에 성공한 케이스다. 최종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창업을 해 지금까지 달려오는 데 큰 힘이 됐다. 여기에 최근 4월 ‘콜드플레이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를 다녀오고 다시 초심을 다잡았다. 이번 콜드플레이 공연의 경우 우리가 진행하기에는 사이즈가 너무 컸는데, 아마 내년쯤 되면 우리가 그 정도 대형 공연도 직접 주관할 역량이 될 것 같다. 염두에 두고 있는 아티스트들은 많지만 지금 마이뮤직테이스트에서 국내로 데려오고 싶은 아티스트라면 단연 다프트 펑크(Daft Punk)다. 약 10년 주기로 투어를 진행하는데 올해가 딱 투어를 할 시점이 됐다. 최종적인 목표는 공연업계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다. ‘Stop wishing, start making’이 우리의 슬로건인데 공연업계의 패러다임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계속해 바꿔나갈 것이다.


창업을 꿈꾸고 있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이곳은 전쟁터고,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절실함’이라는 얘기를 꼭 전하고 싶다. 또 전쟁터에서 목표지점까지 달려가기 위해서는 내가 앞장서 달려갈 때, 내가 쓰러지지 않도록 엄호를 해주고 백업을 해주는 팀원들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잘 생각을 해봐야 한다. 아무도 나에게 가르쳐주지 않고, 가이드를 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매 순간 성장을 해야 하는 것이 창업자의 숙명이다. 나 스스로 그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성장을 즐길 만한 사람인지를 계속해서 고민해봐야 한다.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이미 모든 상황이 세팅돼 있는 대기업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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