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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맞는 옷 찾는 데 걸린 10년이 창업의 씨앗"

[부제목]공공데이터 시각화 통해 정보 격차 줄이는 기업 '탠저블비츠'  여지환 대표 인터뷰


2004년 남아시아를 강타한 쓰나미로 물고기 이동 경로가 급변하면서 인도 어부들은 어획량 급감에 시달려야 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인도의 한 NGO 단체가 'FFMA'(Fisher Friendly Mobile Application)란 이름의 어플리케이션(앱)을 제작·배포했다. 여기엔 풍속·파고 등 기상 정보 뿐 아니라 물고기의 이동 경로 등 고기잡이에 필요한 데이터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자기 업에 관련한 객관적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된 인도 어부 1만 여명은 이 앱을 사용한 이후 과거보다 2~3배 많은 물고기를 잡아들이고 있다. 
  
인도 어부의 사례에서 보듯 데이터는 자고로 돈이고, 힘이다. 1초에 영화 28만편 분량의 정보가 생성된다는 요즘의 ‘빅데이터 시대’에선 더욱 그렇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과거는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이 권력을 잡았다면 지금을 정보를 ‘해석’하고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비교우위를 갖는다는 점이다. 데이터 시각화로 사람들의 이해를 돕고, 이를 통해 정보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싶어 창업 시장에 뛰어든 여지환 탠저블비츠 대표(사진)를 비즈업이 만났다.




여 대표가 지난 2014년 창립한 탠저블비츠는 데이터 시각화 전문회사다. 산처럼 쌓인, 난수표처럼 얽힌 데이터 가운데 사람에게 유의미한 정보를 시각화하는 일을 한다. 인포그래픽 등 시각 언어의 활용은 물론 데이터 속에 숨겨진 의미를 추출해 ‘스토리텔링’ 함으로써 정보를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정부에서 개방한 광범위한 공공 데이터를 작업의 기초 자료로 삼는다. 
  
“주로 정부나 연구소, 공공기관 등에서 필요로 하는 데이터 시각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데이터 시장이 과거엔 분석에 치우쳐 있었다면 지금은 시각화가 중요해진 시대예요. 결국 중요한 건 사람에게 데이터를 이해시키는 것인데, 데이터 시각화를 통해 이를 해결하는 것이죠.”

 

탠저블비츠가 만든 데이터 시각화 자료

 

인터넷이 촉발한 데이터의 폭발은 최근의 4차 산업 혁명으로 가속도가 더욱 붙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생성된 데이터 양은 16제타바이트(ZB)로 하루에 482억 기가바이트(GB), 초당 56만 GB의 데이터에 이른다. 2GB 정도 되는 고화질 영화가 1초에 28만 편씩 탄생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전 세계 데이터의 90%가 지난 2년간 생성됐고, 데이터 생성 속도가 2년마다 2배씩 증가할 것이란 분석 결과도 있다. 과거엔 소수 권력이 정보를 틀어쥐고 있는 게 문제였다면 현재는 너무 많은 데이터가 쌓여 이를 해석하는 힘에 따라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모든 게 차별화된 세상이잖아요. 세대간 차별도 그렇고, 경제적 격차도 그렇고. 그런데 정보 사용에 있어서도 실버 세대와 젊은 세대간 차이가 너무 커요. 과거 산업화 시절에 있었던 불평등이 정보화 시대에서도 이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 보다 공정한 데이터 공유를 통해 정보 격차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싶다는 생각에 탠저블비츠를 창업하게 됐죠.”


 

여 대표는 대학 시절 기계설계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과 함께 기계 설계 분야 국내 최고의 기업에 입사, 6년여 동안 자동차·전기전자 부품 관련 엔지니어 업무를 맡았다. 공학도 출신의 대기업 직장 남자가 ‘디자인’이라는, 제 몸에 꼭 맞는 옷을 찾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그 기간이 마냥 헛되지 않았다고 그는 말한다. 
  
“(공학도 4년, 직장 생활 6년이) 저를 발견할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어요. 직장 생활 동안 기계를 다루는 일을 할 때보다 파워포인트(PPT)를 만들 때 더 재미를 느끼는 걸 보고 제가 시각화하는 일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죠. 10년 만에 발견한 것도 빨리 발견한 것 아닌가요? (웃음)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시각디자인 공부를 위해 해외 유학길에 올랐죠.”

 



그렇게 뒤늦게 유학길에 오른 여 대표는 졸업 이후 미국의 한 디자인 회사에서 광고 마케팅 및 홍보 업무 등을 맡으며 데이터 시각화를 위한 실무 경험을 쌓았다. 
  
“데이터 시각화라는 게 결국 특정 데이터를 어떻게 설계하고, 이를 디자인 하느냐의 문제거든요. 설계라는 공학적 사고와 디자인이라는 심미적 요소가 동시에 필요한 셈이죠. 공학과 시각 디자인을 동시에 전공했다는 게 저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 할 수 있어요.” 
  
여 대표가 꿈꾸는 데이터 시각화는 복잡한 정보에 대한 인간의 이해를 높이는 일에 머무르지 않는다. 특정 데이터의 시각화로 구현된 디자인을 활용해 상품을 만들고, 이 상품을 통해 사람들이 보다 친근하게 데이터를 접하도록 하는 게 창업 3년차 그의 사업 구상이다.

 

데이터 시각화 과정의 디자인을 활용한 탠저블비츠의 프로모션 상품

 

“데이터 시각화를 통해 나온 디자인을 에코백 등의 상품에 그려넣는 것이죠. 기존 상품 안에 있던 디자인들이 디자이너의 감성에만 충실해 만들어졌다면 저의 구상은 데이터로 추출된 디자인을 상품에 입힌다는 것이에요. 이런 스토리를 가지고 상품을 만들어내면 사람들은 더 쉽게 데이터를 이해할 것이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죠. 제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비즈니스 형태가 바로 이것이에요.” 
  
복잡한 데이터를 사람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시각화하고, 더 나아가 디자인 상품을 통해 데이터를 만질 수 있도록 하는 것. ‘탠저블비츠’란 사명 안엔 여 대표의 그런 포부가 숨겨져 있다. ‘만질 수 있는’이란 의미를 가진 탠저블(Tangible), 그리고 데이터의 최소 단위인 비트(Bit)의 ‘B'를 시각화(Visualization)의 ’V‘로 바꿔 만든 단어 ’비츠(Vitz)‘를 합친 게 ’탠저블비츠‘다. 
/글·인포그래픽= 비즈업 유병온 기자 on@bzup.kr 영상 촬영·편집= 비즈업 김경범 PD

원문보기 https://brunch.co.kr/@bzu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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