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마인드] 소통은 공감하는 것이고, 공감은 인내하는 것이다.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고 했다.

마찬가지 관점에서, 세상을 서로 이기고 지는 문제로 보는 사람, 제로섬 게임으로 보는 사람은, 소통 역시 승패의 문제로 본다. 의견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갈등을 방해로만 판단하고, 자기의 주장만 관철하려고 한다. 때로는 그의 큰 목소리가 승리를 부르는 것 같지만, 결국엔 자기만 이기려고 하는 사람을 돕는 사람을 갈수록 줄게 돼, 외롭고 초라한 최후를 맞게 된다.

예를 들어, 나는 지금까지 토론에서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다는 말을 하는 사람과는 당연히 대화를 하고 싶지 않다. 그의 실상은 토론에서 져본 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이기는 것만을 목적으로 대화를 해왔다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나아가, 소통은 '시시비비'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0'과 '1', '맞고' 혹은 '틀리고'가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목적의 전부는 아니다. 설사, 그것이 냉엄한 비즈니스 문제를 다루는 대화라고 할지라도, 인간인 이상 거기엔 감정이 낀다. 기왕이면 내가 맘에 드는 사람과 계약을 하고 싶고, 내가 맘이 끌리는 사람에게는 조금이라도 더 좋은 조건으로 같이 가고 싶다. 반대로 이 사람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한다면, 내가 손해를 봐서라도 이 사람을 '처벌'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며, 이는 최근의 행동경제학 실험 등을 통해서도 잘 밝혀진 사례다.

즉, 소통의 본질은 '공감'에 있다. 철저한 실용주의자들은 '잡담'(small talk)의 중요성을 무시하지만, 사실 잡담이야말로 상호 관심사를 공유하고, 교감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런 멍석이 깔린 후에야, 순수한 비즈니스 대화가 순조롭게 진행이 되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진행될 때, 팩트와 논리의 전달도 보다 용이해진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합의가 도출되는 과정은 쉽지 않다. 생각과 감정,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 배를 타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급할수록 서둘러 가지 말아야 한다. 큰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합의점을 찾아나가야 한다. 논리적으로, 차분하게 따지려면, 먼저 양쪽이 다 감정부터 가라앉히는 게 필요하다. 차이점이 발견됐다고, 갈등이 일어났다고, 거기서 포기하면, 자리에서 일어나면, 모든 게 끝이 난다. 그러나 그럴수록, 차이점과 갈등을 상호 이해와 협력을 돕는 계기와 발판으로 삼으면, 관계는 진전되고, 이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문제 해결의 방법이 보인다.

소통의 본질은 공감에 있고, 공감의 핵심은 인내에 있다.

김재연

기술이라 쓰고 인간이라 읽는 정치학도. 네이버 서비스 자문위원을 맡은 적 있고, 스타트업에서 전략 매니저로 일한 바 있다. 블로터닷넷과 주간경향 등에 IT 칼럼을 기고하고, 쓴 책으로는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된 '소셜 웹이다', '소셜 웹 혁명', '누가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죽이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