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현장]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쑥대밭 된 스타트업 업계...“그래도 혁신은 계속돼야 한다”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해있다는 이유로 고객으로부터 항의성 전화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스타트업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까지 나빠질까 봐 걱정이네요.”(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업체 소셜벤처 A)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박근혜 정부의 아이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최근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된서리를 맞고 있다. ‘창조경제’라는 모토 아래 스타트업 육성과 관련한 여러 지원책이 정치적 논란에 휩쓸려 후퇴하거나 사장될 위기에 놓인 것. 

최근 서울 강남구의 스타트업 협업공간 ‘스파크플러스’에선 박근혜∙최순실 ‘불똥’을 맞으며 위기를 겪고 있는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모여 최근 사태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는 자리를 가졌다. ‘벙개’(깜짝 모임) 형태로 제안된 이번 모임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참여하면서 박근혜 정부를 향한 성토의 분위기가 더욱 거셌다. 

이 자리에 모인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들이 토로한 가장 큰 두려움은 이른바 ‘데스밸리’(Death Valley) 구간을 통과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지원 경비가 사라지거나 삭감되는 일이다. 행사에 참석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센터에 대한) 지원금이 없어진다거나 센터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언론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어서 매일 마음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의 스타트업 협업공간 ‘스파크플러스’에서 열린 ‘박원순 시장과 함께하는 스타트업 지원 방안 토론회’에서 박 시장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민호 ‘핀인사이트’ 대표, 김기재 ‘아이디인큐’ 본부장, 박원순 시장, 양경준 ‘케이파트너스앤글로벌’ 대표.)

박근혜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최우선 국정운영 전략으로 ‘창조경제’를 강조해왔다. 창업 생태계 기반 조성과 지역 특화사업 육성을 목표로 전국 17개 시∙도에 설립된 18곳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역시 창조경제 정책의 일환이었다. 지난 2014년 9월부터 지금까지 총 7,614억원의 투자펀드가 조성됐고 각 센터에 입주해있는 1,400여개 스타트업에 약 2,000억원의 지원이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인 최순실씨가 창조경제타운(창조경제혁신센터의 전신) 홈페이지 구축 시안을 미리 받아봤고, 최씨의 측근인 차은택씨가 지난 4월까지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장을 맡아 사업에 직접 관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센터도 존폐의 위기에 놓였다. ‘비선실세’가 개입한 사업에 대한 반감이 거세지면서 각 지방자치단체가 센터 예산 삭감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실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운영비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약 6대4의 비율로 분담해왔는데, 서울시는 지난 10일 스타트업 65곳이 입주해있는 서울센터에 대한 지원 예산 20억원을 전액 편성 철회했다. 박 시장은 이날 자리에서 “센터 운영비를 전액 삭감하는 대신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보유한 창업지원센터를 활용할 계획”이라며 “강남, 송파, 마포 등에 새로 마련될 창업 지원 공간에 약 300~500곳의 스타트업을 받아 지원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경기도와 광주시, 울산시는 센터에 대한 내년 예산을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삭감하기로 이미 결정했고, 다른 지자체 역시 예산 편성 철회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창조경제센터의 운영 차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전국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 현황 [자료 출처 = 창조경제혁신센터 홈페이지])

중앙정부의 내년 예산도 삭감이 불가피하다. 창조경제 사업을 주관하는 미래창조과학부가 내년도 센터 운영지원비를 올해 318억원에서 48.4% 늘어난 472억원으로 결정하고 관련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지금 국면에서는 향후 심사 과정에서 예산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4일 예산조정안을 제출하며 센터와 연계한 문화창조융합벨트 확산 예산 86억원 중 81억원을 이미 삭감 결정한 바 있다. 센터 운영을 지원해왔던 일부 대기업들의 움직임도 초미의 관심사다. 창조경제혁신센터에는 지역별로 운영 지원과 업무 협약을 맺은 18곳의 대기업이 있는데, 일부 기업들은 이번 논란을 틈타 사업에서 아예 손을 떼려는 분위기다.


박 시장은 “‘창조경제’라고 하는 것은 아래에서부터 자생적으로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하는 것인데 센터 운영을 정부가 ‘톱다운’(top-down∙하향식 의사결정) 방식으로 운영하다 보니 결국 정국 불안정에 크게 흔들리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창조경제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닌데 정부가 잘못 운영하다 보니 그 이름이 훼손된 것뿐”이라며 “현 정국 때문에 창업 생태계가 망가지고 선의의 기업들이 굉장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토론회가 끝난 뒤 박 시장과 참석자들이 휴대전화에 스타트업 생태계 지속에 대한 각자의 바람을 담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스타트업 업계 종사자들은 한목소리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스타트업의 혁신 열기가 꺾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모바일 설문조사 앱 ‘오픈서베이’를 제공하는 ‘아이디인큐’의 김기재 본부장은 “이번 사태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고 인재들도 하나둘 떠나가고 있는 모습”이라며 “선한 의도를 갖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업계 종사자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새로운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토론회를 제안한 양경준 ‘케이파트너스앤글로벌’ 대표 역시 “최근 들어 한국에서도 훌륭한 기업가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창업 생태계가 잘 조성되고 있었는데 국정농단 사건 때문에 그 에너지가 떨어질까 걱정된다”면서 “대한민국의 창업 열풍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사∙사진= 비즈업 조가연 기자 gyjo@bzu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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