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ZUP 인터뷰] 공들여 만든 콘텐츠 하나로 ‘한국판 디즈니’ 꿈꾸는 스타트업



영유아 캐릭터 ‘핑크퐁’ 콘텐츠 제작업체 ‘스마트스터디’ 인터뷰

지난해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아본 단어는 무엇이었을까. 답은 포켓몬고’(Pokemon Go)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이 각국 이용자들의 검색어를 집계해 발표한 2016 구글 글로벌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증강현실(AR·현실 세계에 가상 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 모바일 게임인 포켓몬고가 애플의아이폰 7’과 미 대선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힐러리 클린턴 등을 제치고 글로벌 종합 인기 검색어 1위에 올랐다. 

포켓몬고의 원조는 지난 1996년 일본 닌텐도사가 발매한 게임 시리즈 포켓몬스터’다. 포켓몬스터는 출시 직후부터 피카츄’, 파이리’, 이상해씨’ 등 게임 속 귀여운 몬스터들 덕분에 관심을 끌었고, 이후 TV 애니메이션·만화영화 등으로 제작되며 전 세계에서 20년 넘게 사랑받는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모바일 게임으로 부활한 포켓몬 캐릭터 덕분에 포켓몬고 게임은 출시 5개월 만에 무려 7억 8,800만 달러(약 9,470억원)의 매출고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닌텐도의 주가는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이처럼 잘 만든 캐릭터’의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카카오와 네이버 자회사 라인 등 국내 대기업들이 앞다퉈 캐릭터 산업에 뛰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스타트업계에서도 좋은 캐릭터로 승부를 보겠다는 업체들이 늘고 있는데 영유아 콘텐츠업체 스마트스터디’도 그중 하나다. 캐릭터 핑크퐁’으로 한국의 디즈니’로 성장하겠다는 야심 찬 꿈을 꾸는 콘텐츠 스타트업 스마트스터디의 공동창업자들을 비즈업이 만났다.  


(스마트스터디의 공동창업자 김민석 대표(좌)와 박현우 부사장(우))

스마트스터디는 넥슨·NHN 등 유명 게임업체 출신인 김민석 대표와 박현우 부사장이 지난 2010년 공동창업한 회사다. 주력 사업은 1~5세 영유아 대 캐릭터 핑크퐁’을 활용한 콘텐츠 개발핑크퐁! 인기 동요 동화’ 등 핑크퐁이 등장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시리즈는 지난 5년간 누적 다운로드 1억5,000만건을 돌파했고, 전 세계 112개국에서 유아 교육 부문 앱 1위를 기록하며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캐릭터’로 평가받고 있다. 김 대표는 창업 당시에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교육 플랫폼을 계획했었지만 캐릭터 콘텐츠 자체의 더 큰 가능성을 발견한 뒤 사업 방향을 바꿨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포켓몬처럼 캐릭터의 힘’은 국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콘텐츠 산업 매출액은 105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7% 늘었다. 같은 해 경제성장률(2.7%)의 2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콘텐츠 산업 성장을 견인한 것은 캐릭터였다. 2005년 2조원대 규모였던 국내 캐릭터 산업 매출액은 지난해 사상 최초로 10조원을 돌파하며 콘텐츠 산업 분야 중 지식정보(13.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11.4%)을 기록했다. 캐릭터 산업 매출액은 올해도 이 기세를 이어나가 1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캐릭터 중에서도 특히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토종 키즈 캐릭터’의 성장이 두드러지는데 2003년 등장한 뽀로로’는 어린이들 사이에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어린이들의 대통령’으로 등극했다. 이후 꼬마버스 타요’, 로보카폴리’, 터닝메카드’, 헬로카봇’ 등이 그 자리를 이어받으며 인기몰이를 이어왔다. 스마트스터디의 핑크퐁 역시 지난 2012년 출시 후 토종 캐릭터 시장의 주요 키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두 공동창업자는 ’왜 아이들 콘텐츠는 공을 덜 들이고 유치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성장의 발판이 됐다”고 설명했다.



“저희는 일단 제대로
 스토리텔링’을 할 줄 아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어요. 왜 아이들 콘텐츠는 공을 덜 들이는지, 유치하기만 한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거든요. 어린이들이 보는 거라고 해서 예산 줄여서 대충 만들지 말고, 부모도 충분히 같이 즐거워할 수 있는 세련된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죠.” (김 대표)

“기본적으로 스마트스터디는 키즈 캐릭터’를 만드는 곳이 아니라,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곳이에요. 단순히 아이들만 즐기는 게 아니라 누구나 함께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거죠. 그동안 생긴 수익이나 투자금도 더 수준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재투자하고 있어요. 질 좋은 콘텐츠만 있다면 그 자체로도 괜찮은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고 보거든요.” (박 이사)

실제 캐릭터를 포함한 콘텐츠 산업은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초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드 슈밥 WEF 회장이 4차 산업혁명의 대전환기가 이미 시작됐다”고 선언했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가 문화예술·콘텐츠·서비스 등 이른바 소프트 파워’(soft power) 시장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480억달러(약 176조원) 규모였던 콘텐츠·서비스 시장은 2020년 8,160억달러(약 944조원) 규모로 다섯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같은 기간 휴대전화·디지털 기기 등 하드웨어 시장은 1,200억달러(약 138조원)에서 580억달러(약 68조) 수준으로 반 토막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마트스터디의 두 창업가도 콘텐츠 산업의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핑크퐁 캐릭터를 활용한 앱 시리즈에 이어 유튜브·IPTV 주문형 비디오(VOD)용 영상을 제작하고 있고, 지난 2015년엔 오프라인 출판 사업에도 진출했다. 유튜브에 공개한 상어가족송’은 1년여만에 누적조회수 3억건을 달성했고, 11종의 오프라인 사운드북·스티커북 시리즈는 출시 첫해에만 총 45만권이 팔려나갔다. 최근엔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몬스터 슈퍼리그’를 출시하며 사업 모델 다각화에 노력 중이다. 

지난해 스마트스터디의 총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한 170억원. 김 대표는 2015년까지는 앱이 주 수입원이었지만 지난해부터는 앱이 35%, 게임 30%, 유튜브 15%, 도서 10% 등 수입원이 다각화되고 있다”며 올해는 오프라인 매출이 작년보다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스터디의 최종 목표는 한국의 디즈니’가 되는 것. TV 애니메이션부터 영화, 완구, 테마파크까지 콘텐츠 하나로 세계를 정복한 디즈니처럼 글로벌 콘텐츠업체로 올라서겠다는 포부다.

“디즈니, 픽사 같은 회사가 한국에서도 나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지금처럼 계속 콘텐츠에 공을 들이고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해 고민한다면 세계 모든 나라의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글로벌 콘텐츠 회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50년이 걸릴지 100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전 세계 수준의 콘텐츠를 만드는 게 저희 욕심이에요.” (김 대표)

/기사∙인포그래픽= 비즈업 조가연 기자 gyjo@bzu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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