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쟁이 20년’, 지천명 나이로 스타트업 뛰어든 이유

, [부제목]공공데이터+VR기술 결합한 상생형 O2O 건축 서비스 업체 ‘샐러드파이’ 최태우 대표 인터뷰


당신이 새 집을 구하는 순서는 대강 이렇다먼저 후보 지역을 고른다매물 확인을 위해 부동산을 찾아간다중개인과 함께 대강의 집들을 둘러본다집주인을 불러 도장을 찍는다참으로 단출하기 짝이 없다점심 먹는 일 하나도 이것저것 찾아보고따져보는 시대그보다 몇 갑절의 돈이 오가는 부동산 매매 시장은 왜 이렇게 허전하고허술할까

공급자 중심의 산업 구조 탓에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기술과 경험’ 모두를 겸비한 도전자가 나타났다. ‘부동산 쟁이로 산 20년의 경험에다 공공데이터가상현실(VR) 기술을 결합한 상생형 O2O 건축 서비스를 준비 중인 최태우(만 46·사진샐러드파이 대표를 비즈업이 최근 만났다.





샐러드파이는 위치가격거래 내역 등 국내의 모든 단독주택 및 건축과 관련한 정보를 사이트 한 곳에서 확인·검색하고더 나아가 VR 기술을 활용해 가상의 건축 체험이 가능하도록 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단독주택을 짓고 싶은 건축주는 샐러드파이의 서비스를 통해 건축에 필요한 사전 정보를 취득함은 물론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주택을 가상으로 짓고·외부 인테리어도 직접 꾸며볼 수 있다. VR 기술을 활용해 집 내·외부를 둘러보는 간접 체험도 가능하다샐러드파이는 내년 3월 상용화를 목표로 현재는 잠재적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의 공공데이터 개방으로 부동산과 관련한 건축 정보나 토지 정보지적도 등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됐어요샐러드파이는 정부의 부동산 관련 포털과 매칭해 정보의 객관성을 높이고여기에 VR 기술을 접목시킨 서비스를 준비 중이에요소비자들이 단순히 부동산 정보를 확인하는 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건축 체험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죠.” 
  
국내 부동산 시장 규모는 연 매출액 기준 50조원에 이른다문제는 이 시장이 오랫동안 공급자 우위의 구조를 유지해왔다는 점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이라는 개념이 사는(living) 공간보단 사는(Buying) 물건으로 더 많이 인식되다보니 관련 정보 역시 개발·분양 등 공급자 위주의 것들이 대부분이다적게는 수천만원많게는 수백억원을 호가하는 부동산 시장에서 정작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는 턱없이 부족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샐러드파이는 이처럼 부동산 시장에 존재하는 공급자-소비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사업 모멘텀으로 삼은 기업이다.





예를 들어 단독주택을 짓는다고 치죠현재 건축주들은 건축사 측이 제공하는 조감도·투시도 등으로만 본인의 집을 예상해볼 수 있어요그런 도면을 받아보는 데만 100~400만원 가량이 들어가는데문제는 그걸 들여다본다 한들 건축주가 이해를 못한다는 것이죠건축 도면이나 조감도·투시도 등이 모두 건축사즉 공급자 위주로 그려져 있으니까요실제 건축이 된 집들이 건축주의 예상과 달리 부실하게 지어지는 경우도 허다하고요반면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면 건축주가 실제로 자기 취향대로 집을 짓고인테리어도 치수나 색깔 등을 원하는 대로 사전에 설계해볼 수 있으니 오시공에 의한 사회적 비용을 훨씬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사실 최근의 국내 부동산 시장은 스타트업들의 주요 격전지 가운데 하나다시장 규모는 큰 데 비해 산업 구조는 후진적인 탓에 혁신적 사업 모델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이 부동산 산업에 대거 뛰어들고 있다주택 중개 시장의 직방·다방오피스 중개·공유 업체인 패스트파이브·르호봇크라우드 펀딩 분야의 위펀딩·집펀드 등이 대표적인 예다특히 샐러드파이처럼 부동산 정보에 IT 기술을 접목시킨 신산업군을 지칭하는 말로 프롭테크(property+technology)’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학생 출신 혹은 해외 유학파 등이 중심이 된 여느 프롭테크 기업들과 샐러드파이와의 차이점바로 ‘20년 부동산 경력의 산경험이 사업 모델에 녹아 있다는 사실이다최 대표는 IMF 시절 첫 직장으로 삼았던 인테리어 회사를 시작으로 건설사분양사시행사 등을 거치며 다양한 부동산 업무를 담당했다시장의 활황기였던 2000년대 초중반엔 부동산 개발 회사를 직접 차렸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실패한 경험도 갖고 있는 등 관련 업계에선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으로 통한다
  
“(부동산 스타트업 대표 가운데부동산 시장의 전체 섹션을 모두 경험해본 사람은 저밖에 없을 거예요제가 분양 시장에 있을 때 전국을 세 바퀴 반 돌았어요그때는 네비게이션도 없었으니 현장을 다 외워서 다녔죠그 때 만난 부동산 관계자들이 전국에 2,000명 가량 되는데 이들이 사업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죠사업에 필요한 물건이나 정보를 전화 다섯 통만 하면 모두 받아볼 수 있을 정도니까요.” 



지천명(하늘의 뜻을 안다·50)’을 눈 앞에 둔 최 대표가 늦깎이 나이로 스타트업 시장에 뛰어들며 이루고 싶은 꿈이 뭘까그는 나만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닌다른 사람도 함께 잘 먹고 잘 사는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고 말했고그래서 상생형 비즈니스 모델을 짜는 데 오랜 시간을 쏟았다고 한다
  
부실 시공이나 오시공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대신 건축주와 건축사중개인 등 참여자 모두가 윈윈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려고 해요이를 위해 생각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바로 최종 도면에 대한 출력 서비스인데요건축주로선 기존에 이해할 수도 없는 조감도·투시도를 받아보는 데 쓰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건축사 입장에선 조감도·투시도 제작에 들어가는 외주 비용을 아낄 수 있죠건축주와 건축사 사이의 거래를 성사시킨 중개인에겐 이 서비스의 수익금 일부를 되돌려줌으로써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죠나만 잘먹고 잘 사는 게 아니고다 같이 잘 먹고 잘 사는 게 좋은 것이잖아요.” 

글·인포그래픽=유병온 기자 on@bzup.kr 
영상·사진 촬영=백상진 PD, 영상 편집=김경범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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