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비롯하여 많은 신생 벤처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설명할 때 “우리는 Agile(애자일)을 해요”라고 말하고는 합니다. 오늘은 애자일 방법론에 대한 질문을 던져볼까 합니다. 

애자일은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애자일 방법론은 왜 나왔을까요? 스크럼, 반복주기개발, XP 등등 이러한 것들을 하면 애자일하게 일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요? 기존의 Waterfall(워터폴) 방식이 애자일 방식 보다 성공확률이 항상 떨어질까요?

Getting started with Agile. By Katie Lips, Flickr (CC BY)

애자일을 도입하여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애자일이 나온 그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단지 워터폴 방식이 구식이고 문제가 많아서 애자일이 나온 것이 아닙니다. 애자일이 나온 이유는 시대가 변했기 때문입니다. 단지 소프트웨어 그 제품 자체로서의 환경 변화 때문만이 아니라, 시대가 변하면서 사람의 생활 방식 그리고 가치관이 변했기 때문에 이것이 개발 환경 변화와 함께 결합되면서 필연적으로 나오게 된 것입니다. 사람의 사고와 행동 양식이 바뀌면서 알게 모르게 애자일을 추구하게 된 것이죠. 따라서, 사람을 이해하지 않고서 애자일을 대하면 그 애자일은 껍데기일 뿐입니다.

이 얘기는 애자일은 무조건 해야 하는 것,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라 우리 조직과 맞느냐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A부터 Z까지 완벽히 동일한 프로젝트를 한 명의 PM이 동일한 방식으로 역량이 똑 같은 두 팀을 데리고 진행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프로젝트도 같고 PM도 같고 진행 방식도 같고 그 역량도 같다면 동일한 결과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는 소설책에나 나올 법한 얘기입니다. 

팀 구성원들이 애자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하고 있는지에 따라 어떤 팀은 생각했던 그 이상으로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어떤 팀은 애자일 때문에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애자일이 실패하는 대부분의 경우에는 구성원들(혹은 일부)이 애자일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애자일을 강요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사람의 문제가 프로젝트의 성공을 결정합니다.

주위를 보면 애자일하게 일한다는 말은 많은데 그에 비해 “애자일을 해서 성공했어요”라는 사례는 적은 편입니다. 이는 종종 애자일 성공 사례를 말할 때 대부분 관리자의 입장에서만 말하지 실무자의 입장에서 평가했을 때는 그 만족도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애자일이 모두의 성공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고 겉모습만 애자일이라는 멋진 방법론에 현혹되기 때문입니다. 마치 애자일을 해야만 일이 성공하고 애자일을 하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혹은 왠지 애자일을 해야만 멋지다는 생각에서 출발하기 때문인데요.

프로젝트 성공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프로젝트가 데드라인에 맞춰 결함 없이 출시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일을 함께 했던 구성원이 burnout(저는 사망이라고 표현합니다)되거나 삐뚤어져 버린다면 이는 유사실패라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 성공의 기준은 단지 결과만이 아니라 구성원의 만족도가 얼마나 높느냐도 함께 평가되어야 합니다. 이는 단지 돈으로만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관리자라면 이러한 마인드를 반드시 가져야 합니다.

저는 애자일 방법론이라는 표현을 싫어합니다. (오해는 마세요. 애자일 그 자체는 굉장히 좋아하고 항상 시도합니다.) 애자일은 단순한 방법론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철학입니다. 사람은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 철학이 시대에 맞게 애자일 방법론이라는 하나의 형태로 표현이 된 것이지 언제 어디서나 항상 통하는 규격화된 만능 영약이 아닙니다. 따라서, 스크럼 등은 애자일을 표현하는 한 요소일 뿐이지 필수 요소도 전부이지도 않습니다.

나라마다, 처한 환경마다 그리고 사람 성격마다 모두 다릅니다. 애자일이라는 단지 겉모습에 갇혀서 “왜 우리는 애자일이 되지 않을까?” 라고 고민만 하며 관리자라는 이름으로 조직원들에게 강요하지 마세요. 그러면, 반드시 실패합니다.

지금 애자일을 하고 있다면, 혹은 도입을 하고자 한다면 구성원들에게 물어보세요. “당신은 애자일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습니까? 애자일에 만족하십니까?”라고. 만약 팀 구성원들이 워터폴 방식을 원한다면 그것이 바로 애자일이 될 것입니다.

무엇을 위해 애자일 도입을 원했는지를 잊지 마세요. 늘 끊임없이 되새기고 조직의 상태를 체크하세요. 프로젝트를 위해 동료를 위해 그리고 당신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