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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UP 인사이드] ‘초짜’ 창업가들이 실패를 줄이는 법

앱으로 조명 켜고 끄는 스마트기기 개발한 청년 스타트업 ‘아이오’


어떤 분야든 사업의 생존 가능성을 결정짓는 두 가지 핵심 요소는 돈과 경험이다. 실제로 관련 업계에서 수년간 경험을 쌓았음에도 자금 조달에 실패해 창업을 포기하거나, 경험 부족으로 종잣돈을 다 까먹고 사업을 접어야만 했던 이들이 적지 않다. 


돈과 경험, 둘 중 하나만 부족해도 사업에 성공하긴 어려울 터. 그런데 여기 돈도 경험도 없는데 스타트업을 하겠다며 창업에 뛰어든 ‘겁 없는’ 대학생들이 있다. “(전등)불 끄기 귀찮아” 공동창업에 도전했다는 임남규(28) ‘해커’, 서기운(27) ‘메이커’ , 이재훈(26) ‘오퍼레이터’가 그 주인공이다. 

이 셋은 지난해 ‘아이오’(I/O)란 회사를 설립한 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조명을 조절하는 스마트 기기 ‘스위처’(Switcher)를 만들고 있다. 소위 말하는 ‘금수저’도 아닌 이들은 사업 초기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도대체 어떻게 넘길 생각일까. 최근 서울 한양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서 임남규 해커를 만나 ‘초짜’ 창업가들의 생존전략을 들었다.


(‘아이오’를 이끌고 있는 서기운, 임남규, 이재훈 공동대표 (사진 왼쪽부터). [자료제공=아이오])

- 창업 초기 힘든 점은 없었나요. 
“제품을 만드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이다 보니 비용이 가장 큰 문제였어요. 정부가 주최하는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교육 프로그램에 선발돼서 받은 창업지원금 5,000만원이 초기 자금이었는데, 첫 시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만 수백만원을 썼어요. 돈을 아끼기 위해서 국가에서 운영하는 무료 창업 공간들을 찾아다녔는데, 전문 제작자가 아니다 보니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공동창업자 모두 직장 경험이 없는 대학생들이라 아무래도 돈에 대한 부담이 가장 컸죠.”

사업 자금도 경험도 부족했던 공대생들. 시장 여건도 이들에게 그다지 유리한 상황은 아니었다. 내로라하는 국내외 대기업들이 ‘스마트홈’(집안 제품을 통신으로 관리∙제어하는 기술) 열풍을 타고 2년 전부터 스마트전구를 앞다퉈 출시해온 탓에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 상태였다. 주도권을 쥔 ‘공룡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묘안을 짜내야만 했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들면 망한다



- 후발주자로서 스위처가 선택한 전략은 무엇인가요. 

“일단 기존 제품들이 가진 문제점은 없는지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기술력 좋은 제품들은 이미 많이 나와 있고 어차피 우린 후발주자니까 선발주자들이 해결해주지 못한 불편함에 주목해보기로 한 거죠. 알아보니까 다른 제품들은 설치과정이 복잡하더라고요. 전기 배선을 건드려야 하거나 전문 설치 기사가 방문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었어요. 뭐든 번거로운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우린 설치 과정을 간단하게 만드는 것에만 포커스를 맞췄어요.”

임 대표는 “다른 부분은 모두 제쳐놓고 설치과정을 쉽게 만드는 것에만 집중했다”면서 “우리가 ‘만들고 싶은’ 제품을 만들었다면 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우리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들면 망한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요.
“창업을 하다 보면 ‘없어서는 안 되는 것’보다는 ‘있으면 좋은 것’들을 만들려는 경향이 있어요. 이 기능도 넣고 저 기능도 넣고 하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자원이 무한한 대기업이 아니잖아요. 주어진 시간 안에 한정된 예산으로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저것 다 하려고 하면 결국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 거죠. 우린 그 점을 경계하려고 했고 ‘고객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을 찾기 위해서 인터뷰를 많이 하고 다녔어요. 직접 집을 방문해서 어떤 점이 불편한지 물어보고, 고객에게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했어요. 설치 과정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았기 때문에 일반 조명 스위치 위에 붙이기만 하면 되는 제품을 만든거죠.”

- 20∙30대 1~2인 가구를 주타깃으로 한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요.
“20~30대들은 집을 월세로 사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곳에선 마음대로 뭘 설치하기 어렵잖아요. 우리 제품은 설치도 쉽고 이사갈 때 편하게 떼어낼 수도 있으니까 자취생이나 신혼부부 같은 1~2인 가구 고객들이 좋아할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 고객들도 20대가 제일 많아요.”


SNS를 적극 활용하자


지난해 5월 제품 개발이 끝난 뒤에는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국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와디즈’를 통해 진행했는데, 40일 동안 약 3,000만원을 모으며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임 대표는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의 덕이 컸다”고 분석했다.


- 크라우드 펀딩에 SNS가 어떻게 도움이 됐나요.
“펀딩을 시작하기 한참 전부터 페이스북으로 사전작업을 해왔어요. 스위처 공식 페이지에 제품 개발 과정이나 작동 모습 등을 지속적으로 올려서 고객들에게 미리 기대감을 심어 놓은 거죠. 댓글로 소통도 계속 했고요. 그 덕분인지 펀딩을 시작했을 때 초반부터 모금액이 빨리 올라갔어요.”


(스위처는 페이스북이나 포털 카페 등 SNS 채널을 통해 고객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사진은 스위처 페이스북 페이지의 모습.)

- SNS를 홍보 채널로 활용하는 스타트업이 많은 것 같네요.
“네, 돈 안 들이고 바이럴(소문 마케팅)을 할 수 있잖아요. 우리도 처음엔 페이스북만 했었는데 요즘엔 포털 카페 쪽도 많이 활용하고 있어요. 채널을 다각화하는 거죠. 심지어 홈페이지에 넣을 이미지나 문구도 SNS 반응을 보고 결정했는데, 팔로워들에게 여러 샘플을 공개한 뒤에 가장 반응이 좋은 것들로 골라서 크라우드 펀딩 페이지와 스위처 홈페이지에 적용했거든요. 그렇게 나온 게 ‘잠들기 전 귀차니즘’이에요. 지금도 홈페이지 대문에 가장 먼저 나오는 문구죠.”


사업이 커지면 대표 역할도 변해야


현재까지의 스위처 누적 사용자는 5,000명. 괄목할 만한 수치는 아니지만 매달 40%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국내 액셀러레이터인 ‘프라이머’와 중소기업청 ‘팁스’(TIPS·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 지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자금 여유도 생겼다. 2년 전 대학 선후배 세 명이 모여 시작한 일이 어느새 직원수 12명의 엄연한 ‘사업’으로 거듭난 것이다.


-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대표가 해야 할 일도 많아졌을 것 같은데, 그에 따른 고충은 없나요.
“멤버가 늘어나고 사업 규모가 커지면 그에 맞게 대표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판매량이 많아지면 고객 문의량도 늘어나는 거고, 그러면 그 일을 전담해줄 사람이 필요하니까 새로 채용을 해야 하죠. 일련의 과정에서 인사 관리 문제도 발생하는 거고요. 이렇게 회사는 계속 커지고 조직은 변화해가는데 대표가 거기에 맞게 변화하지 않고 하던 일만 그대로 하고 있으면, 대표 본인이 조직의 큰 구멍이 되더라고요. 그 변화를 빨리 알아채고 맞춰가는 것, 그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 그런 깨달음을 얻은 뒤 각 공동대표는 지금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요.
“제품 개발이나 내부 설계, 비즈니스 구조 개발은 서기운 메이커가 하고, 이재훈 오퍼레이터는 재무와 운영관리 전반을 담당하고 있어요. 저는 회사에서 ‘병목 현상’이 심한 부분들을 주로 해결하는데, 커뮤니케이션 관리나 채용, 투자, 회사 비전 관리 등을 하고 있어요. 사업 초기에는 이런 구분 없이 그냥 이것저것 다 했었거든요.”


선배 창업가들을 벤치마킹하라


벤처업계엔 ‘블리츠스케일링’(Blitzscaling)이란 말이 있다. ‘기습’이란 뜻의 군사용어 ‘블리츠’(Blitz)와 ‘성장’(스케일링·Scaling)의 합성어로, 빠른 성공을 위한 급속성장 전략을 가리키는 단어다.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속도로 성장해온 ‘블리츠스케일러’로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우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모두 사업 규모가 커지고 조직이 확장됨에 따라 새로운 운영 방식을 도입해 기업을 혁신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창업 초기에 세워둔 전략에 집착하지 않고 조직을 끊임없이 혁신함으로써 내·외부의 변화에 발맞춰온 것이다. 임 대표는 “우리도 이들처럼 사업 단계에 맞게 조직 운영을 바꿔 가는 중”이라며 “사업 노하우가 부족한 만큼 다른 창업가들의 성공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부족한 사회·사업 경험을 보완하기 위해 따로 노력하는 부분이 있나요. 
“국내외 창업 선배들의 책이나 관련 자료를 많이 찾아보고 있어요. 사업은 실전이니까 최대한 시행착오를 줄여야 하잖아요. 우리는 사회 경험도 없고 사업 노하우도 부족하니까 선배 창업가들의 길을 잘 따라가려고 노력 중이에요. 거의 다 맞는 말만 하거든요. 그것만 잘 따라가도 ‘삽질’은 덜 하는 것 같아요. 대신 이걸 게을리하는 순간 각자의 본성이 나오기 때문에 실수를 하게 되죠. 앞서간 이들의 경험을 배워서 몸으로 흡수하고 사업 단계에 맞게 실천해가는 것, 그게 우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이에요.”



이들의 회사명은 ‘I/O’. 스위처의 주기능이 불을 켜고 끄는 것에 있는 만큼 전원의 ‘온·오프’를 뜻하는 기호를 사명으로 한 것이다. 군더더기는 버리고 핵심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세 명의 경영철학이 회사 이름에부터 담겨있었다. 그래서일까. 공동창업자들의 명함엔 그 흔한 ‘Founder’(창업가)나 ‘CEO’(최고경영자)란 단어가 적혀있지 않았다. 이들은 대신 자신을 ‘Hacker’(해커), ‘Maker’(메이커), ‘Operator’(오퍼레이터)란 낯선 직함으로 불렀다. 인터뷰를 마친 뒤 그 이유가 내심 궁금해 따로 질문을 던졌다.

 
“우리 셋은 ‘C’(최고·Chief)자가 붙은 직함은 안 쓰기로 했어요. 꼭 감투 놀이 하는 것 같잖아요. 회사가 언제 망할지도 모르는데, 사업에 ‘Role’(역할)이 중요하지 ‘Level’(직급)이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처음부터 그런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있어요.”

/기사∙인포그래픽= 비즈업 조가연 기자 gyjo@bzup.kr 
사진∙영상 촬영 및 편집= 비즈업 백상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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