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業자병법] 창업가의 10대 딜레마



지난해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간한 정보기술(IT)벤처기업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한해 5만 개 수준이었던 국내 창업기업의 수는 2014년 약 8만5,000개까지 늘어나며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독특한 상상력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창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창업가로서의 삶이 마냥 순탄한 것은 아니다. 국내 창업기업의 3년 이내 생존율은 41.0%. 신생 기업 10곳 중 6곳이 3년 이내에 문을 닫는다는 의미다.  

기업가 연구자로 유명한 노암 와서만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사업 진행 단계에 따라 창업가가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 달라진다며 ‘창업가의 8가지 딜레마’를 제시했다. 와서만 교수의 주장과 다른 경영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를 더해 ‘창업가의 10대 딜레마’를 정리해보았다. 



근사한 아이디어가 있으니 창업만 하면 순식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기대했다면 큰 오산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고 해도 창업 초반에는 이런저런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사무실 임대료부터 사업 운영비, 생산비, 인건비 사업을 하다 보면 돈 나갈 곳이 자꾸 늘어나기 마련이다. 실제로 창업 후 몇 년간 ‘연봉 0원’으로 살아가는 창업가도 있다. 세상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선보이기 위해서라면 라면으로만 끼니를 때우겠다는 각오 필요하다.




사업에서 중요한 아이디어와 타이밍이다. 내 사업을 시작할 최적의 시기를 결정하기 위해선 다음의 세 가지를 고려해보아야 한다. 첫째, 충분한 지식∙경험∙자본을 갖췄는가. 둘째, 가족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가. 셋째, 현재 시장 흐름이 내 사업에 유리한가.

이 세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어렵다면 적어도 약간의 사전지식과 경험, 자금 등은 갖추고 창업에 뛰어들어야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사업을 하다 보면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생산 관리부터 거래처, 투자 유치, 마케팅, 고객 관리까지 사장이 고려해야 할 너무나 많다. 공동창업으로 사업을 시작한다면 이 많은 업무와 그에 따른 책임을 적절히 분담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1인 창업에서 얻을 수 있는 조직 장악력과 통제력은 다소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지분 배분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요즘처럼 은퇴 후가 걱정스럽고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 시기에는 ‘가족 창업’을 통해 가족 구성원의 구직난을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족 창업은 서로를 신뢰할 수 있으며 인건비 부담을 줄여 수익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사업 운영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질 수 있고 공사(公私) 구분이 모호해질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최근엔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절친’ 간 창업도 활발한 편이다. 하지만 미국의 대부호 존 록펠러는 “사업 위에 세워진 우정은 찬란할 수 있지만, 우정 위에 세워진 사업은 흉기가 될 수 있다”는 말로 친구 간 창업의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와서만 교수는 과거 직장동료나 사업 관련 지식을 갖춘 ‘초면’의 상대가 가족∙친구보다 더 좋은 동업자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회사 설립에 참여한 창립 멤버라면 누구나 명함에 알파벳 ‘C’ 하나쯤은 넣고 싶어 할 것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전략책임자(CSO),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등 말이다. 그러나 이런 ‘C레벨’ 임원 직함을 아무에게나 ‘퍼줄’ 수는 없는 것. 직함에 따른 책임과 업무량을 감당하고 장기적인 사업 구상이 가능한 적임자를 찾아내는 중요하다. 



와서만 교수가 분석한 3,600개의 신생 기업 중 약 73%는 창업 한 달 안에 주식 배분을 모두 마쳤다. 상당수의 기업이 창업가 간 균등 분배의 방식으로 주식을 나눴는데, 사업이 어떻게 흘러갈지 아직 잘 모르는 상태에서 지분을 나누는 것은 다소 위험한 결정이다. 현재의 사업 전략이 안정적으로 실행될 수 있는지, 각자 맡을 역할은 명확한지, 알려지지 않은 사생활 문제는 없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본 뒤 지분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 



외부에서의 자금 조달이 필요 없을 정도로 초기 자본이 충분하다면 문제없겠지만, 대다수 창업가는 한정된 자본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투자를 받아야만 하는 창업가라면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시점을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일반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자체 수익 모델이 결정된 이후다. 기술력과 유통채널, 명확한 고객층을 기반으로 꾸준히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진 뒤 투자자를 만난다면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사업 초반에는 '일당백(一當百)’이 가능한 인재를 고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고 스스로 CEO란 생각으로 모든 분야를 두루 아우를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가 적합하다.

사업 규모가 커지고 조직 구조가 체계적으로 짜인 뒤에는 어느 한 분야에서 경험이나 실적을 쌓은 ‘스페셜리스트’를 영입하는 것이 좋다. 새로운 사람을 들이는 일이 부담스럽다면 자신이 아는 인맥을 통해 한 번 ‘걸러진’ 후보를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어떤 최고경영자(CEO)도 10년 이상 자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래서는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없다.” 2000년대 초반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경매업체 ‘이베이’를 이끌었던 멕 휘트먼 전 CEO가 남긴 말이다.

세상에 완벽한 창업가는 없다. 마찬가지로 영원한 CEO도 없다. 사업이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해왔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 순간이라면 기꺼이 왕좌를 내줄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은 임원으로 물러나고 새로운 경영자를 보필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국민 1인당 창업 기업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창업 국가’(Startup Nation) 이스라엘. 이스라엘의 창업가들은 사업 덩치를 키워 해외에 매각한 뒤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연쇄 창업’으로 유명하다.

사업 초기 세웠던 목표를 달성했다면 이스라엘의 사례처럼 매각이나 기업공개(IPO)를 통해 성공의 과실을 거두고 새로운 창업의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창업의 선순환 사이클에 기여하는 ‘연쇄창업가’의 삶이 창업 생태계를 더 풍성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 조가연 기자
gyjo@bzu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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