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業자병법] 스타트업 투자 꿀팁 2. 엔젤투자 이끌어내는 법, ‘사람이 먼저다’

‘국내 1호 전문엔젤투자자’가 말하는 엔젤투자 잘 받는 법

훌륭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췄음에도 자금이 없어 창업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의 벽에 부딪힌 창업가들은 가족이나 지인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벤처캐피털(VC∙Venture Capital)로부터 투자를 이끌어내 사업을 이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주위에 손 벌리긴 힘들고, VC 투자를 기대하기엔 시제품(프로토타입) 개발도 안 된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라면 두드려야 할 문. 엔젤투자자들은 창업의 닻을 이제 갓 올린 초기 기업들에 주목한다. 

걸음마 단계의 스타트업에 투자해 부족한 자금을 채워주고 기업 성장을 돕는 엔젤투자자.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통과를 도와줄 이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국내 1호 전문엔젤투자자’인 이택경(45∙사진) 매쉬업엔젤스 대표는 비즈업과의 인터뷰에서 ‘스타트업의 팀(조직)이 엔젤투자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고 설명한다. 창업가와 팀원 간의 ‘궁합’이 중요하다는 것. 

지난 1995년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를 공동 창업한 ‘벤처 1세대’ 이 대표는 이후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투자∙육성 기관)인 ‘프라이머’와 ‘매쉬업엔젤스’를 세우는 등 국내 스타트업 발전을 이끌어오고 있다. 지난 2014년 정부가 창업 생태계 선순환을 목표로 ‘전문엔젤투자자’ 제도를 도입하며 최초 선정한 11명의 전문엔젤투자자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 대표는 “엔젤투자를 받는 초기 스타트업의 특성상 재무제표 등 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경영 지표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팀의 경쟁력을 직관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아직 사업의 본궤도에 오르기 전 단계인 기업들에 주목한다는 점에선 VC와 유사하지만 엔젤투자자는 상대적으로 더 초기 단계의 기업에, 금액도 더 적게 투자하는 편이다. VC가 창업 3~5년차 기업에 3억~10억원 정도를 투자한다면 엔젤투자는 상품의 시제품이나 서비스의 베타 버전을 만드는 단계에 있는 업체에 3억원 미만의 금액을 투자하는  일반적이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엔젤투자자 수는 9,466명(지난해 기준). 2011년 369명에서 2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엔젤투자자들이 모 엔젤클럽만 146개에 이르며, 이들의 투자 규모는 약 800억원(2014년 기준)에 달한다. 

이 대표의 말처럼 대다수의 엔젤투자자는 투자할 기업의 ‘사람’에 주목한다. 걸음마 단계의 기업에 투자해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까지 장기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사람 간 궁합이 맞지 않으면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는 것. 드롭박스와 에어비앤비 등을 키워낸 실리콘밸리의 투자가 폴 그레이엄 역시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한 세 가지 요소 중 하나로 ‘좋은 사람’을 꼽은 바 있다. 
 
“창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나 팀원들의 합류 과정, 또 구성원이 어떤 경쟁력을 가졌는지, 고객에 대한 이해도는 높은지 등을 전반적으로 체크합니다. 비즈니스 아이템이 좋아 보여도 도중에 ‘피봇’(사업 아이템 및 방향 전환)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요. 결국 팀 자체가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을 결정짓습니다.”

‘정량 평가’에 자신이 없는 스타트업이라면 ‘정성 평가’로 승부를 봐야 하는 법. 엔젤투자자의 호감을 얻기 위해서는 팀원간 높은 결속력과 조직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사람’이 엔젤투자를 끌어내는 유일한 잣대인 것은 물론 아니다. VC와 마찬가지로 엔젤투자자 역시투자할 기업의 사업 분야를 중요하게 여기는데, 자신에게 생소한 분야보다는 과거에 투자 경험이 있는 영역을 선호하는 편이다. 익숙한 분야일수록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고, 시장 흐름을 파악하는 일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 진출하려고 하는 시장의 크기도 투자를 결정짓는 주요 요인이다. 목표로 하는 시장이 너무 작은 경우 기업이 성공을 거두더라도 엔젤투자자가 회수할 수 있는 자금이 많지 않기 때문. 이 대표는 “(스타트업이 진입할) 시장의 크기가 너무 작으면 ‘성공한 자영업’은 될 수 있어도 ‘성공한 벤처’가 되긴 힘들다”며 “기업 향후에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O2O’(온라인∙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나 ‘핀테크’처럼 이미 과열된 시장을 목표로 할 경우 그만큼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이 대표는 “신선한 아이템이나 파괴적인 혁신이 없는 경우 투자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투자자 입장에선 ‘그냥 잘해보겠다’는 말로만 느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조가연 기자 gyjo@bzu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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