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業자병법] ‘창업사관학교’ 액셀러레이터 잘 들어가려면…

[스타트업 투자 꿀팁] 권오형 처플레이 수석 인터뷰 “기술만으론 한계… 기업가 정신 갖춰야”   
 
지난 5월 국회에서는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명 ‘액셀러레이터법’이 통과됐다. 국내 창업 생태계 발전을 목표로 하는 이 법안은 창업기업의 성공률을 높이고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액셀러레이터의 등록∙요건∙육성 근거 등을 법제화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창업 투자∙육성 기관인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는 벤처캐피털(VC), 엔젤투자자와 함께 스타트업 투자 업계의 3대 축으로 꼽힌다. 투자를 주목표로 하는 VC, 엔젤투자자와 달리 아이디어 발전부터 실제 사업 운영까지의 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사업이 성공 궤도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특징이다. 유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선정된 스타트업은 업계 주목을 받기 때문에 향후 사업 과정에서 VC의 후속투자를 유치할 확률도 높아진다. 액셀러레이터가 일종의 ‘창업사관학교’ 역할을 하는 것. 
 
비즈업은 <스타트업 투자 꿀팁> 시리즈를 통해 앞으로 4회에 걸쳐 국내 대표 액셀러레이터 수석심사역이 전하는 ‘액셀러레이터 투자받는 법’을 소개한다.


(국내 유일 테크 스타트업 컴퍼니 빌더를 표방하는 퓨처플레이)

지난 2014년 문을 연 ‘퓨처플레이’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만을 전문으로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터다. 퓨처플레이를 세운 류중희 대표는 이미지에서 얼굴을 자동 인식하는 기술을 개발, 지난 2012년 국내 벤처기업 중 처음으로 인텔에 인수됐던 ‘올라웍스’의 창업주다. 
 
엔지니어 출신 창업가들이 주축이 된 만큼 퓨처플레이는 창업의 꿈을 가진 엔지니어들을 위한 ‘컴퍼니 빌더’(company builder·회사를 만드는 회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6개월간 진행되는 컴퍼니 빌딩 프로그램 ‘테크업’(TechUp)을 통해 스타트업을 양성하는데, 인공지능(AI), 딥러닝, 빅데이터, 증강현실(AR), 정보기술(IT)을 활용한 헬스케어 등 주로 첨단기술 분야 스타트업에 주력한다.   


(퓨처플레이를 이끌고 있는 파트너들)

테크업 프로그램의 심사를 맡고 있는 권오형 수석심사역은 비즈업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극초기 단계의 스타트업, 단 한 명으로 구성된 팀이라고 해도 기술이 좋고 잠재력만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며 “좋은 기술을 갖춘 엔지니어는 많지만 ‘창업은 어렵다’는 생각에 사업을 망설이는 이들이 적지 않은 현실을 바꿔보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예비창업자의 과거 경험과 연결된 창업 아이템일 경우 투자받는 게 더 수월하다는 게 권 수석의 조언이다. 
 
“e커머스(전자 상거래)에서 옷을 판매하던 사람이 ‘넥스트 구글’을 만들겠다고 하면 (우리 같은 사람들이) 선뜻 투자해줄 수 있을까요? 구글보다 더 나은 검색 엔진을 만들고 싶다면 유사한 영역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어야 우리도 그 가능성을 믿고 지원할 수 있겠죠.” 


(퓨처플레이가 진행하는 '테크업' 행사와 사무공간 내부 모습)

퓨처플레이의 테크업 프로그램에 선정되면 창업을 위한 초기 자금 지원뿐 아니라 회사 설립에 필요한 법률지원, 투자자 연계, 연구∙개발(R&D), 마케팅 등에 대한 도움도 얻을 수 있다. 더 나아가 6개월간의 지원 프로그램 후 최종 심사를 통과한 스타트업은 1억원의 창업자금을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다.

(퓨처플레이의 '테크업' 프로그램에 선정된 스타트업이 받을 수 있는 지원 내용)

류 대표와 한재선, 황성재 이사 모두 카이스트 박사 출신인 만큼 퓨처플레이에는 국내 액셀러레이터 중 가장 많은 기술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테크 스타트업의 핵심이 기술 그 자체이기 때문에 특허 관리에도 역량을 집중하는데, 관련 전문가들이 특허 개발과 선행조사를 담당하고 내부 변리사를 통한 법률 지원도 진행된다. 김보경 홍보 매니저는 “다수의 기술 인력이 모여있기 때문에 테크 스타트업 관계자들과의 네트워킹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다. 
 
지금까지 30이상의 기술 스타트업이 퓨처플레이를 거쳐 갔는데, 스마트 공기측정기를 만드는 ‘비트파인더’(Bitfinder), 스마트 줄자 제작업체 ‘베이글랩스’(Bagel Labs), 사용자가 직접 조립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는 ‘럭스로보’(LuxRobo) 등이 대표적이다. 비트파인더와 럭스로보는 국내외 유명 벤처캐피털에서 각각 450만 달러(약 53억원), 15억원을 투자받았고, 베이글랩스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서 135만 달러(약 14억원)을 유치했다. 수석은 “회사 이름이 ‘퓨처플레이’인 만큼 미래(future)의 놀이(play)를 선도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배출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퓨처플레이가 배출한 '럭스로보', '베이글랩스', '비트파인더’)

‘기술의 힘’을 믿는 퓨처플레이지만 그렇다고 ‘사람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 권 심사역은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갖춘 엔지니어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사업가 기질은 갖추고 있어야 해당 기술이 비즈니스로 만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엔지니어들만이 가진 공통적인 특징이 있어요. 순수하고, 한 가지에 몰두하고, 자기 분야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기술자로서는 이 성격이 장점이 될 수 있지만 그 기술을 회사로 발전시키는 데에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죠.”
 
‘사람을 끄는 매력’, ‘시장을 읽어내는 눈’, ‘소통하려는 노력’. 권 수석은 이 세 가지가 심사담당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사람의 힘’이라고 말한다.


“결국 사업 생태계를 잘 이해하는 엔지니어가 성공하는 스타트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좋은 기술에 기업가 정신이 더해진다면 구글과 같은 성공 사례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죠. ‘안트러프러너’(Entrepreneur∙창업가)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람이 액셀러레이터 입장에선 가장 매력적인 지원자입니다.”/ 기사∙인포그래픽: 비즈업 조가연 기자 gyjo@bzu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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