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業자병법]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사업계획서 쓰는 법

사업계획서는 스타트업이 투자자를 만나는 첫 번째 관문이다. 잘 쓴 사업계획서 하나가 수십억을 안겨주기도 하고, ‘죽음의 계곡’에 빠진 창업가를 구제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투자자가 보기에 매력적인 사업계획서는 어떻게 써야 할까. 야후·구글·유튜브 등을 발굴해낸 미국의 벤처캐피털(VC) ‘세콰이어캐피털’이 꼽은 사업계획서 필수요소 8가지에 국내외 유명 투자자들의 의견을 더해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사업계획서’를 정리했다.



사업계획서 초반에는 회사와 이 사업의 본질을 간략하게 정리한 한 장짜리 요약본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사업계획서를 받아보는 투자자들로선 모든 계획서를 끝까지 읽어볼 여유가 없다. 한 장짜리 요약본을 통해 투자자의 흥미를 이끌어내고 나머지 부분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 사업 모델, 판매할 제품(또는 서비스), 목표 시장, 핵심경쟁력 등을 간결한 문장으로 정리해 넣자. 개요는 계획서의 나머지 부분을 모두 완성한 뒤 가장 마지막에 작성하는 것이 좋다.



“고객이 가진 문제나 어려움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고객들은 알아서 찾아온다.” 창업과 마케팅 전문가로 잘 알려진 존 멀린스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가 남긴 말이다.

 

스타트업의 성공 여부는 결국 ‘문제 해결 능력’에 달려 있다. ‘고객이 좋아할 만한 것’이 아닌 ‘고객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 그 논리를 발견하는 게 핵심이다. 최대한 많은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문제를 정확히 인지하고 해결해나간다면 고객과 투자자가 먼저 찾아올 것이다. 사업계획서에서는 기존의 사용자가 겪어왔던 어려움이나 그동안 충족되지 못했던 사용자의 ‘니즈’, 미래에 예상되는 문제점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이를 아직 해결해주는 곳이 없었다는 사실을 적시하자.



문제를 지적했다면 당신의 회사가 그것을 어떻게 혁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도 보여줘야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한 기술이나 이미 개발된 제품·서비스가 있다면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함께 제시하자. 투자자가 대학을 갓 졸업한 일반 회사원이라고 가정하고 복잡한 전문 용어 대신 이해하기 쉬운 말로 풀어쓰는 것이 좋다. 당신의 해결책을 통해 고객의 삶이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는지도 설명해주자.



문제 인식과 혁신적인 해결책만큼이나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이 시장 크기다. 타깃으로 삼은 시장 규모가 너무 작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금 회수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당신이 투자금 회수가 가능할 정도로 충분히 큰 규모의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구체적인 숫자와 함께 보여줘야 한다.

 

시장 규모를 분석할 때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법은 TAM-SAM-SOM 접근법이다. ‘TAM’(Total Addressable Market)은 ‘총 유효시장’을 의미한다.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준비하는 창업가라면 그의 TAM은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모두가 될 것이다. ‘SAM’(Serviceable Available Market)은 ‘유효시장’ 또는 ‘인접시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앞선 예로 설명한다면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중 실제로 음식 배달 앱을 설치한 사용자가 여기에 포함된다. ‘SOM’(Serviceable Obtainable Market)은 스타트업이 사업 초기에 확보할 수 있는 시장으로, ‘수익시장’ 또는 ‘초기진입시장’이라고도 부른다. 앞선 사례에선 음식 배달 앱을 설치한 스마트폰 사용자 중 앱을 실제로 이용하고 있는 사용자만이 SOM에 포함된다. 실제 매출과 관련이 가장 높은 시장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SOM의 규모다.



당신의 회사를 돋보이게 하고 싶은 욕심에 사업계획서에서 경쟁업체 분석을 소홀히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시장을 객관적으로 잘 분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경쟁업체에 대한 내용은 반드시 포함하는 것이 좋다. 대신 현재 같은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업체들이 있지만 우리 기술이 더 좋다거나, 더 혁신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능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자.


이 부분에서는 향후 수익 모델과 마케팅·홍보 계획 등을 함께 제시해줘야 한다. 허황된 수치를 들이밀기보단 현재 회사의 인력·가용자원·마케팅 전략 등을 고려해 다소 보수적인 수치를 보여주는 것이 좋다. 10만명의 고객을 모집하겠다는 것보다는 일단 첫 고객 1,000명을 유치하기까지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사업 아이디어나 기술력보단 ‘팀’을 본다는 말을 즐겨 한다. 창업팀을 본다는 것은 명문대나 대기업, 유학파 출신을 원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럴싸한 ‘간판’은 없지만 사업의 각 영역에 적합한 인재가 있는지, 서로 신뢰하고 사업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팀인지를 본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팀은 실제로 창업해본 경험이 있는 팀원이 포함된 경우다. 똑같은 아이디어를 들고 찾아오는 스타트업이 여럿 있다면 경험 있는 팀원들로 구성된 곳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법. 실패한 창업사례라 해도 그 실패를 통해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제시할 수 있다면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도 있다. 특히 초기 단계 스타트업일수록 사업 방향이 언제든 바뀔 수 있고, 사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으므로 이를 함께 이겨낼 수 있는 협동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현금 흐름과 재정 상황을 보여줘야 한다. 제대로 된 재무제표가 없는 초기 단계 창업자의 경우 비슷한 사업 모델을 가진 국내 경쟁업체나 해외 유사 기업의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상 매출을 보여줄 때는 동종업계의 선례를 바탕으로 매출을 책정해야 한다. 투자를 받는다면 어느 분야에 어떻게 자금을 사용할 것이고 향후 어떤 방식으로 회수할 수 있을지도 함께 보여주자.

 

/기사∙인포그래픽= 비즈업 조가연 기자 gyjo@bzu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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