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業자병법] 스타트업이 ‘죽음의 계곡’ 넘어 ‘시리즈A’ 투자 받으려면

최근 국내 벤처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며 자금난을 호소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엔젤투자 이후 첫 벤처캐피털(VC) 투자 단계인 ‘시리즈 A’ 투자를 제때 받지 못해 고민인 곳이 많다.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엔젤투자 매칭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은 225개 스타트업 중 단 11%(25곳)만이 VC의 후속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시리즈 A 크런치(Crunch·부족사태)’라는 말까지 나도는 상황. ‘죽음의 계곡’이라 불릴 정도로 경제난이 극심한 창업 초반의 어려움을 벗어나 시리즈 투자 단계로 진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내 VC들의 조언을 정리해보았다. 

 

한국스타트업생태계포럼(KSEF)에 따르면 국내 시리즈 A 투자는 창업 후 2~5년차에 10억여원 규모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통 어느 정도의 초기 시장 검증을 마친 뒤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정식으로 출시하기 전 투자 유치가 진행된다. 투자금은 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 활동이나 제품·서비스 출시를 위한 사업 비용, 인력 충원 등에 쓰인다. 

 

좋은 아이디어 하나만으로도 투자를 결정하는 엔젤투자자나 액셀러레이터와 달리 VC의 투자 결정은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투자 규모가 이전 단계에 비해 현격히 커지기 때문이다. 

 

회사가 기존의 엔젤투자금을 사업 성장을 위해 현명하게 사용했다면 엔젤 투자 단계에 참여했던 투자자들의 도움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일단 처음 받은 시드 머니(seed money·종잣돈) 성격 투자금을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사용했는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시리즈 A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한 벤처캐피털 심사역은 “O2O(온·오프라인 연계 사업) 사업이라서 고객 모집을 위해 사용했다면 매달 서비스 이용자가 어떻게 늘어났는지 보여주고,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금을 썼다면 시장 점유율을 정확하게 제시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VC의 최대 관심은 결국 투자금 회수 가능성에 있는 만큼 회사가 그동안 잘 성장해왔고 앞으로도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까진 아니더라도 일단 매출이 잘 나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VC도 이 사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경쟁업체 비교분석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목표 시장 안에 어떤 경쟁업체들이 있고 이들과 비교했을 때 내 사업이 우위에 있는 부분을 강조해주는 것이 필요한데, 이때 ‘가치사슬’(value chain)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가치사슬이란 회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기까지 이뤄지는 모든 활동을 가리키는데, 고객이 추구하는 가치를 충족시키면서 어떻게 이익을 낼 수 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가치사슬 분석이다. 제작 공정을 경쟁사보다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진행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생산해낼 수 있다거나, 남다른 마케팅·홍보 활동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어필하는 것이 좋다. 

 

시드 투자에서 무리하게 많은 돈을 받아 오히려 후속 투자를 망치는 경우도 있다.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이 투자를 유치할 때마다 높아져야 한다는 게 기업 대표들의 주된 입장이다 보니, 시리즈 단계에선 사전에 받은 투자보다 많은 돈을 유치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특히 최근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늘어나면서 시리즈 A 투자가 수십억대 수준으로 이뤄지는 사례가 자주 보도되는데, 이를 보고 자신의 목표 투자금을 과할 정도로 높게 설정하는 회사도 있는 실정.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간 스타트업 생태계의 버블 현상이 지속되다 보니 투자금에도 거품이 껴있는 경우가 있다”면서 “VC가 제시하는 투자 규모가 목표했던 것보다 낮더라도 일단 최소한의 자금을 확보해 급한 불을 끄고 그다음 투자를 위해 밸류에이션을 높이는 작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투자 성공이 곧 사업의 성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자.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아 많은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은 성공으로 가는 길에 조금 더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조장치일 뿐이다. 설립한 지 3년도 안 돼 시리즈 A·B 투자로 160억원을 유치하고도 수익이 악화돼 최근 문을 닫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비트패킹컴퍼니’를 기억하자. 사업의 본질은 결국 좋은 제품과 서비스에 있는 만큼, 투자 유치를 위해 과도한 시간과 열정을 쏟기보단 ‘본업’에 충실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기사∙인포그래픽= 비즈업 조가연 기자 gyjo@bzu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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