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술자리서 얻은 아이디어로 20억 대박

세계 최초 손가락으로 통화하는 스마트시곗줄 개발한 최현철 '이놈들연구소' 대표

‘내 사업’을 꿈꾸는 이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 바로 ‘아이디어’다. 남들과 달리 독특하고 세상에 없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찾아다니지만 마땅한 게 없어 마음속 창업의 꿈을 펼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좋은 아이디어는 예비창업가에겐 영원한 숙제와도 같다. 

손가락 하나로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는 스마트시곗줄을 개발해 3개월 만에 20억을 벌어들인 남자. 그 아이디어의 시작은 친구와의 평범한 술자리였다고 한다. 찰나의 순간을 수십억짜리 사업으로 발전시킨 최현철(34∙사진) 이놈들연구소 대표를 서울 양재동 사무실에서 최근 만났다.  


(최현철 '이놈들연구소' 대표)

“퇴근한 뒤 평소처럼 친구들과 술자리를 하고 있었어요. 친구 중 한 명이 ‘얼리어답터’였는데, 그날은 새로 산 스마트워치를 제게 자랑하더군요. 그러다 갑자기 친구 여자친구에게 전화가 걸려와 스마트워치로 받았는데, 스피커를 통해 은밀한 대화 내용이 흘러나와서 다들 민망했어요.”

남들이라면 대수롭지 않게 술자리 농담거리로 웃고 넘겼을 법한 사건이었지만 최 대표는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착용형) 기기가 향후 모바일 시장을 지배할 텐데, 프라이버시 문제를 지금 해결해두지 않으면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될 거란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전자 DMC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최 대표는 자신의 전공인 뇌공학을 살려 이 문제를 해결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시그널'의 개발 과정 [자료제공=이놈들연구소])

“사람이 소리를 듣는 경로가 있는데, 그걸 활용해보면 가능할 것 같았어요. 대신 소리가 아닌 진동으로 고막에 직접 전달하는 거죠. 진동이니까 주변 사람들에게 통화 내용이 노출될 일도 없어요.”

일반적으로 소리는 사람의 성대나 사물이 움직이면서 만들어진 진동(음파)이 공기를 통해 우리 귀에 전달되면서 들리게 된다. 공기를 타고 온 진동이 고막을 떨리게 하고, 그 떨림이 청각 신경을 따라 뇌에 전달되면서 소리를 인지하는 것이다. 최 대표는 이 원리를 활용하면 ‘나만 들을 수 있는’ 통화가 가능할 것 같았다.




창업 아이디어를 얻은 최 대표는 삼성전자의 사내 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C Lab’(씨랩)에 아이디어를 제안한 뒤 뜻이 맞는 동료들과 이를 구현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약 일 년 간의 준비작업을 마치고 회사를 나온 최 대표와 공동창업가들은 ‘이놈들연구소’란 법인을 세우고 스마트시곗줄 ‘시그널’(SGNL)을 출시했다.

시그널은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해두면 통화 음성을 진동으로 변환해주는 스마트기기다. 손가락을 귀에 대고 있으면 그 진동이 귀 안에서 공기의 울림을 만들어내 소리가 들리게 된다. 시그널에 장착된 마이크를 통해 자신의 음성을 전달할 수 있고, 문자메시지나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메일 등도 스마트폰을 보지 않아도 진동을 통해 귀로 들을 수 있다.


(이놈들연구소의 스마트시곗줄 '시그널'은 시곗줄 형태라 어느 시계에든 쉽게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자료제공=이놈들연구소])

이외에 사용자의 운동량을 측정해 건강관리를 해주거나, 움직임이 적은 한가한 시간에 여자친구나 부모님에게 전화하도록 장려하는 ‘통화량 목표’ 기능도 있다. 최 대표는 “기존 스마트워치와 달리 시그널은 시곗줄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라서, 기존의 아날로그 시계에 줄만 교체해도 사용할 수 있고 시계가 없으면 스마트 밴드처럼 착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그널은 미국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킥스타터’를 통해 선주문을 시작했는데, 지난 8월 말부터 약 40일 동안 진행된 펀딩에서 모금액 총 145만9,000달러(약 16억3,000만원)를 달성하며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미국 내 또 다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인디고고’를 통해 연속적으로 진행 중인 2차 펀딩에서는 지금까지 총 23만5,000달러(약 3억5,000만원)가 모금됐다. 선주문한 물량은 내년 2월 제품 양산이 완료된 뒤 배송될 예정이다.

http://tvcast.naver.com/v/1280549
(이놈들연구소 영상이 보고싶다면 클릭)

대학 시절부터 ‘창업가’의 삶을 꿈꿨다는 최 대표. 그 오랜 바람은 술자리에서 우연히 얻은 아이디어 덕분에 현실로 이뤄졌고 3개월 만에 20억원 선주문이라는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중국의 벤처투자업체(VC) ‘창업방’과 ‘DT캐피털’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중국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지금. 최 대표에게 이놈들연구소의 최종 목표를 물었다.

“‘이놈들연구소’란 회사명은 사실 ‘이노베이션 메들리’(Innovation Medley)의 줄임말이에요. ‘혁신’(이노베이션)을 ‘메들리’처럼 계속 이어가겠다는 거죠. 지금은 스마트시곗줄로 소리를 전달하고 있지만, 이 기술을 이용해서 인체 전도 기술 시장을 혁신해나가고 싶어요. 사람마다 고유한 진동이 있으니 만지기만 해도 자동차 문이 열리거나 스마트폰 잠김이 해제될 수 있게 하는 거죠. 기술로 혁신을 이어가는 것, 그게 이놈들연구소의 목표입니다.”

/기사∙인포그래픽= 비즈업 조가연 기자 gyjo@bzup.kr 
사진∙영상 촬영 및 편집= 비즈업 백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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