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업 業자병법] 첫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이 반드시 알아둬야 할 4가지 조언



이제 막 창업 세계에 뛰어든 초기 단계 스타트업은 비즈니스 모델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곳이 대다수다. 자연히 투자협상 과정에서 투자자가 상대적 우위에 설 수밖에 없고, 당장 사업 자금이 필요한 스타트업은 일단 투자부터 받아야 한다는 다급함에을’의 입장을 자초하기도 한다. 그러나 첫 투자는 후속 투자의 성공 여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여기서 지분 나누기나 기업가치 산정을 잘못하면 후속 투자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초기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이 주의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해 정리해다. 
 

투자, 많이 받을수록 좋은가

 
투자 유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투자금액다. 갓 사업을 시작한초짜’ 대표 가운데엔 투자는 무조건 많이 받을수록 좋다는 착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 처음부터 큰돈을 투자받아 넉넉한 환경에서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것도 좋지만, 문제는 그럴수록 투자자에게 더 많은 지분을 내줘야 한다는 점이다.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스타트업의 투자유치는 한 번만 하고 끝나진 않는다. 창업 3~6개월 차에 시드 머니(초기 자금)을 투자받아 프로토타입(시제품)을 제작하고, 이후 사업 확장의 시기가 닥칠 때마다 필요한 경우 시리즈 A~F 단계의 후속 투자가 진행된다. 시드 머니, 즉 첫 투자에서 너무 많은 투자를 받아 이미 상당수 지분이 1차 투자자에게 넘어간 상황이라면 후속 투자자에게 줄 지분이 부족해질 수 있다. 심한 경우 창업자의 지분이 부족해 경영권을 뺏길 가능성도 있다. 
 
경험 많은 투자자들은 기업의 후속 투자를 고려해 처음에는 너무 많이 투자받지 말라고 조언한다. 실리콘밸리의 액셀러레이터와이콤비네이터’는 시드머니 투자금은 기업가치 평가액의 10% 정도 수준이 적절하다고 조언한다. 국내 액셀러레이팅 기관프라이머’의 권도균 대표는 평소 창업 강연에서아직 비즈니스 모델이 고도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많은 돈을 투자받으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시드머니 투자 한 번으로 큰 성공을 거둬 바로엑시트’(스타트업이 주식시장에 상장(IPO)하거나 대기업에 인수∙합병(M&A)되는 것) 단계로 직행하는 스타트업은 세상에 없다. 결국엔 사업 크기에 맞게 단계별로 투자를 이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첫 투자에선 프로토타입 개발이나 필수 인력을 고용할 수 있을 정도만 투자받아 급한 불을 끄고, 나중에 기업 가치를 높인 다음 더 좋은 조건으로 후속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현명한 길이다.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높을수록 좋을까

 
‘밸류에이션’이란 기업의 가치를 금전적으로 나타낸 것으로평가가치’,기업가치’로 부르기도 한다. 밸류에이션이 높다는 것은 해당 기업이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고, 그만큼 더 많은 돈을 투자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초기 단계 스타트업의 시드 투자 또는 시리즈 A 단계에서 투자자들은 그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최대한 낮게 산정하려고 한다. 창업 초기라 재무제표상 이익이 거의 없는 탓도 있지만, 기업가치가 낮은 기업에 투자해 많은 지분을 얻은 뒤 기업가치가 높아졌을 때 보유지분을 되팔아 시세차익을 얻는 것이 투자자의 본업이기 때문이다. 딜로이트 컨설턴트 출신 창업가 우혁준투블루’ 대표는 비즈업과의 인터뷰에서투자자들의 목표는 기업가치를 높여 투자한 돈의 10배가량을 회수하는 것”이라며투자 당시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높으면 그만큼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고 10배 수익이 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너무 낮은 밸류에이션은 창업자의 지분 희석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벤처캐피털(VC)인코그니티브 인베스트먼트’의 박수용 이사는기업가치를 5억원으로 평가받고 외부에서 2억원을 투자받을 경우 벌써 지분의 40%가 투자자에게 넘어가는 것”이라며여기서 후속 투자를 진행하면 창업자 지분이 더 희석되기 때문에 사업이 성공하더라도 창업자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창업자가 충분한 지분을 보유한 채 성장동력을 이어가기 위해선 초기 투자 시 적절한 밸류에이션 설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너무 지나치높은 밸류에이션도 스타트업에 독이 될 수 있다. 보통 첫 투자액수가 후속 투자의마지노선’이 되는데, 초기부터 너무 많은 돈을 투자받을 경우 후속 투자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이사는후속 투자자 입장에선 그 기업이 높은 밸류에이션에 합당한 결과물을 내놓고 있는지 의심해볼 수밖에 없다”며단 한 번의 펀딩으로 투자유치를 마무리할 게 아니라면 욕심내지 말고 기업 역량에 맞는 밸류에이션을 설정해 단계별로 투자금을 늘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창업자 지분, 얼마나 남겨둬야 하나

 
스타트업은 엑시트에 성공하기까지 보통 4~5차례의 투자 라운드(단계)를 거친다. 이때마다 신규투자자에게 회사 지분을 내주게 되는데, 라운드를 여러 번 거치고 투자금이 많아질수록 창업자가 보유한 지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문제는 창업자 지분이 희석될수록 경영권을 온전히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악의 경우 창업자가 고생해서 일군 기업을 외부투자자에게 빼앗기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IPO나 M&A 단계에서 창업자의 지분이 10~15% 정도 남아있는 상황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조언한다. 우 대표는첫 투자유치를 준비할 때부터 엑시트 시점까지 고려한 플랜을 짜야한다”며처음부터 너무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많은 지분을 넘겨준다면 지분이 이미 희석된 상태에서 사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최종 단계까지 기업을 끌고 나가는 것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투자자에게 넘어가는 지분은 한 라운드당 5~20% 정도가 적절하다”며시리즈 B 단계까지는 창업자에게 우호적인 지분을 60% 이상 가져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계약서상 주의해야 할 독소조항은?

 
최근 스타트업계에선 투자계약서의드래그 얼롱’(동반매각청구권·drag along) 조항 문제가 불거졌다. 드래그 얼롱이란 소수 지분 투자자가 보유 지분 매각 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분을 묶어 함께 팔 수 있는 권리로, 특정 시점까지 주식 상장에 성공하지 못하면 VC가 주도해 회사를 매각할 수 있는 조항이다. 창업자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 엄연한 독소조항이지만 당장 사업자금이 절실한 일부 창업자들은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도 한다. 
 
연대보증도 업계에서 악용되는 독소조항 가운데 하나다. VC가 먼저 은행에서 투자금을 빌린 뒤 스타트업과의 투자계약서에 연대보증 조항을 집어넣는 것으로, 이는 투자자가 감수해야 할 위험까지 온전히 기업이 떠안도록 하는 구조다. 안희철 법무법인양재’ 변호사는연대책임 중에서 가장 나쁜 것은무과실 연대책임’ 조항으로 기업의 고의나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무조건 손실액을 책임지게 만든 규정”이라며기업이을’이다 보니 해당 조항이 있어도 문제 제기를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투자계약 시 투자자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조항은 무엇이 있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일반적으로상환전환우선주’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상환 의무나 이자가 없는보통주’와 달리 상환전환우선주에는 투자자를 위한 여러 우대조항이 따라붙어 있다. 따라서 배당이나 기업 해산 시 잔여재산 분배 등 관련 조건을 자세히 따져서 창업자의 권리가 지나치게 침해되진 않는지 검토해보는 것이 좋다. 안 변호사는일반 임대차계약 등은 계약이 해지되면 원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반면, 스타트업의 투자계약은 투자자의 잘못으로 계약이 깨지더라도 이미 양도한 지분이나 주식을 반환받지는 못한다”며발행무효확인소송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만 해결할 수 있는만큼 최종계약 전 엔젤투자협회·한국벤처캐피탈협회 등에서 발행하는 표준투자계약서와 비교해보거나 여유가 있다면 따로 법률 자문을 구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기사∙인포그래픽= 비즈업 조가연 기자 gyjo@bzu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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