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업 인터뷰] “제값에 옷 못 사는 당신의 호갱 지수를 낮춰드립니다”

패션 O2O 플랫폼 ‘브리치’의 이진욱 대표 인터뷰

직장인 A씨는 지금 기분이 몹시 언짢다. 며칠전 가로수길 패션숍에서 구입한 원피스와 똑같은 상품이 온라인 쇼핑몰에선 2만원이나 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걸 봤기 때문. 당장 그 가게를 찾아가 환불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이미 한번 입어본 터라 그럴 수가 없다. 좀 더 알아보지 않고 지갑을 열었던 자신이 바보같다는 자책만 할 뿐 
 
직장인 A씨를 우리는 언젠가부터 호갱(호구+고객)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소비자가 호갱이 되는 일은소규모로 운영되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옷을 구매할 때 흔히 일어난다. 모든 매장에서 동일한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는 유명 브랜드 의류와 달리 길거리의 패션숍에서 판매되는 상품엔 통일된 가격 시스템이 없기 때문. 6만원짜리 셔츠가 옆 골목 가게에선 4만5,000원에 팔리기도 하고, 온라인에서는 그보다 더 싼 가격에 판매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소비자가 직접 발품을 팔지 않고서는 무엇이 제값’인지 알기 어려운 것. 



패션 O2O(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 브리치’(brich)의 이진욱(35·사진) 대표는 이런 불편함에 대해 "똑같은 옷인데도 패션숍마다 가격이 제각각이라 소비자가 호갱이 되기 십상"이라고 말한다. 

“길거리에 있는 패션숍에선 어떤 게 합리적인 가격인지 소비자가 파악하기 어려워요. 옷의 재질이나 세탁법, 상세 치수 등 상품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는 곳도 많지 않죠. 통합된 데이터베이스(DB)가 없다 보니 소비자가 겪는 불편함이 커요.”

‘호갱’이 아닌 스마트컨슈머’(똑똑한 소비자)의 세상을 만들고 싶었던 이 대표. 그래서 지난해 1월 패션 O2O 플랫폼 브리치’를 창업했다. 소셜커머스 위메프’에서 패션뷰티 사업부장을 거치며 쌓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경험을 살려 창업을 한 케이스. 

‘브리치’는 오프라인 패션숍의 상품 정보를 온라인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검색하고 구매·교환·환불까지 할 수 있는 옴니(Omni·모든)’ 채널로, 모든 쇼핑 채널을 유기적으로 융합해 어디서든 같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 대표는 온라인으로 미리 상품정보를 얻은 뒤 오프라인에서 옷을 살 수도 있고, 반대로 오프라인 숍에서 본 상품을 홈페이지를 통해 구입할 수도 있는 플랫폼”이라며 소비자들의 구매 선택권을 넓히고 싶었다”고 말했다. 

 
 



브리치와 제휴한 오프라인 패션숍은 총 400여곳이다. 모두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압구정, 홍대, 경리단길 등 소위 패션 거리’에 위치한 상점들이다. 이 대표는 독특한 패션 철학을 가진 보물 같은 가게가 많다”며그중 온라인 쇼핑몰을 따로 운영할 여력이 없는 업체들과 협업해 온라인으로도 고객을 만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을 포함한 브리치의 월평균 이용자(MAU)는 약 30만명. 최근엔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인 징동닷컴’과 제휴,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변재영 브리치 운영팀장은 가로수길이나 압구정 패션숍 매출의 70~80%가 요우커(중국 관광객)에게서 나올 정도로 한국 패션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관심이 상당하다”며 브리치를 통해 국내 패션숍들에게 중국 진출의 통로를 열어주고 싶다”고 전했다.



(브리치는 유명 패션 거리에 위치한 패션숍의 상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O2O 패션 플랫폼을 제공한다. [자료제공=브리치 홈페이지])

이 대표의 직함은
 대표’가 아닌 골목대장’. 국내 패션 거리의 모든 정보를 브리치에 소화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았다. 

“저 역시 옷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에요. 티셔츠 한 장을 사더라도 몇 번을 꼼꼼하게 따져가며 구입하죠. 그런 저도 오프라인에서 쇼핑할 땐 호갱’이 됐던 적이 많아요. 브리치를 통해 소비자들이 정당한 가격에 옷을 구입하고 합리적으로 쇼핑할 수 있는 길을 열어보고 싶어요.”

/기사∙인포그래픽= 비즈업 조가연 기자 gyjo@bzup.kr 
사진∙영상 촬영 및 편집= 비즈업 백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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