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ZUP 노하우] 스타트업의 실패? 더뎌서가 아니라 조급해서 망한다

‘청소업계 우버’로 평가받던 실리콘밸리의 홈클리닝 스타트업 홈조이(Homejoy)가 지난 2015년 돌연 문을 닫았다. 홈조이는 가사도우미와 고객을 연결하는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업체로, 2012년 서비스 출시 후 사업성을 인정받으며 와이콤비네이터, 구글벤처스(GV), 안드레센 호로위츠 등 미 유명 벤처캐피털로부터 총 4,000만달러(약 42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했다. 든든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영국·프랑스·독일 등 해외 진출까지 이어가던 홈조이가 갑자기 무너진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무리한 사업 확장을 실패의 주원인으로 꼽다. 실제 홈조이는 신규 고객을 늘리기 위해 유명 배우를 광고모델로 내걸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할인 행사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일회성 사용자만 늘었을 뿐 수익은 오히려 악화됐다. 미국 내 30개 지역과 해외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지출이 늘고 청소직원 교육에 소홀해진 것도 문제였다. 포브스·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경제 전문지들은 홈조이가 사업을 과도하게 키워나가다 수천만 달러의 투자금을 날렸다”며 사업 확장에 따른 지출 증가가 실패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실패한 스타트업 74% ‘너무 이른 사업 확장’ 때문


홈조이 사례처럼 상당수 스타트업은 무리하게 사업 규모를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무너진다. 2011년 실리콘밸리의 사업가 비요른 허먼이 미국 내 스타트업 3,200곳의 성장단계를 분석한
 스타트업 게놈 프로젝트’(Startup Genome Project) 보고서에 따르면 실패한 스타트업의 74%는 너무 이른 사업 확장’(premature scaling) 때문에 문을 닫았다. 너무 이른 투자유치·마케팅 활동·서비스 지역 확대 등 시기상조로 이뤄진 사업 확장이 오히려 실패를 가져왔다는 것. 실제로 지나치게 일찍 사업 규모를 늘렸다가 실패의 쓴 잔을 들이킨 스타트업 가운데 사용자수 10만명을 넘긴 곳은 단 한 곳도 없었고, 월매출 10만 달러 문턱을 넘은 곳은 단 7%뿐이었다. 보고서는 제 단계별로 사업 규모를 늘려간 기업이 조급하게 확장 시도를 한 곳보다 결과적으로는 20배 정도 빨리 성장했다”며 고객, 상품, 조직, 비즈니스 모델, 재정 등 사업의 주요 영역을 균형 있게 키워나간 곳이 성공 확률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의 너무 이른 사업 확장이 실패의 주원인이 된 까닭은 이들이 사업을 대기업처럼 운영했기 때문이다. 막대한 자본과 인력으로 충분한 검증을 거쳐 신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대기업과 달리 스타트업은 한정된 자원으로 새로운 시장에 도전할 수밖에 없다. 실패를 줄이려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해나가야 하는데, 일부 창업자들은 대기업처럼 사업 초기부터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거나 시장 검증도 되지 않은 제품을 대량 생산부터 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고객 개발 전문가로 알려진 스티븐 블랭크 컬럼비아대 교수는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질적으로 다르고, 대기업의 축소판도 아니다”라면서 확장에 조급해하지 말고 고객 반응을 지켜보며 단계별로 커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창업가들이 확장 조급증’에 걸리는 것은 과도한 자기 확신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나 제품이 반드시 성공할 거란 믿음 때문에 시장 검증도 하기 전 확장부터 꾀한다는 것. 2009년 문을 연 미국의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 업체 프로파운더’가 대표적 사례다. 같은 해 설립된 킥스타터’가 세계 최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로 성장한 반면 프로파운더는 3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비즈니스 모델 검증도 하지 않고 사업 초기부터 미국 내 50개 주 전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주마다 법규가 달라 합법적으로 사업을 이어나가기 어려웠고, 프로파운더는 그에 따른 법적 분쟁을 처리하느라 막대한 비용을 지출해야 했다. 존 멀린스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저서 고객으로부터 자업 자금을 모아라’(The Customer-Funded Business)에서 차라리 캘리포니아 한 지역에만 사업을 집중했다면 복잡한 법률문제와 막대한 운영 비용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 최고의 경영대학원으로 평가받는 프랑스 인시아드(INDEAD)의 네이선 퍼 교수는 정말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냈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사업 확장에 돈을 쓰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 청사진 그린 뒤 ‘린’하게 성장하라

그렇다면 사업 확장 과정에서 실패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타트업 게놈 프로젝트를 진행한 허먼은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방식을 추천한다. 린 스타트업이란 최소 요건만 갖춘 시제품 및 서비스를 빠르게 만든 뒤 시장의 피드백을 반영해 제품을 보완해가는 경영 기법으로, 스타트업에 최적화된 성장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를 위해선 먼저 자신의 아이디어가 기존의 불편함을 해소해줄 수 있는지, 목표로 하는 시장이 충분히 큰 시장인지를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고, 도전하고자 하는 시장이 충분히 커야 자영업’ 수준을 벗어나 벤처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린 스타트업’의 저자 에릭 라이는 고객이 내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지, 내가 제시하는 해결책을 고객이 구입할 것인지, 내가 아닌 다른 해결책(경쟁상대)은 없는지, 경쟁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등 네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면 사업을 시작해도 좋다”고 설명한다.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할 때는 실제로 제값을 치르고 상품·서비스를 이용해본 고객에게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서비스를 경험했거나 무료로 이용해본 사용자는 실제보다 더 높은 만족도를 제시할 수 있어서다. 블랭크 교수는 사업을 검증하려면 무조건 건물 밖으로 직접 나가봐야 한다”면서 반드시 직접 돈을 내고 제품을 써본 사용자를 찾아서 그들에게 가격, 유통채널, 마케팅 등 사업의 모든 영역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사업 확장에 나설 때도 어느 분야에 얼마나 큰 비용과 시간을 들일 것인지 정교한 계획을 세운 뒤 시작해야 한다. 고객 관리, 판매 및 배송, 서버 유지 등 사업 확장으로 인한 업무 부담을 현재 조직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 허먼은 확장에 성공하더라도 이로 인한 인력 부족, 업무 과중으로 실패하는 스타트업이 많았다”며 사업 확장 전후를 모두 담은 장기적인 청사진을 그린 뒤 규모 확대를 시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기사∙인포그래픽= 비즈업 조가연 기자 gyjo@bzu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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