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ZUP 노하우] “해외 진출? ‘WIN KOREA FIRST’부터!”

스타트업 네트워킹 행사 ‘디파티’서 전문가들 한 목소리


“정부나 투자자 요구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조금만 포텐셜(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고 하면 스타트업들이 다들 나가려고만 하는 것 같습니다. 너무 얼리 스테이지(초기 단계)에 해외에 나가면 오히려 있는 기회도 망하게 만들 수 있어요.”


9일 서울 역삼동의 은행권 창업지원센터 디캠프’에서 열린 스타트업 네트워킹 행사 디파티’. 팀 채(한국명 채종인) 500스타트업스’ 한국 지사 대표의 지적에 의석을 가득 채운 청중들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500스타트업스는 세계적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창업 보육 및 투자사)로,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유튜브 공동창업자 채드 헐리 등과 함께 실리콘밸리의 큰 손’으로 꼽히는 데이브 맥클루어가 설립한 곳이다. 지난 2015년부터 한국 지사를 맡고 있는 채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 들어가려면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 업무 환경 등을 알아야 한다”며 아무리 좋은 제품이 있어도 시장을 모른 채 진출하면 망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자리엔 정부·대기업·민간의 스타트업계 전문가들이 이례적으로 한자리에 모여 업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국내 창업 환경 및 스타트업계의 과제와 이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올해의 정부 지원 정책 및 사업 방향, 생태계 발전 방안 등에 관해 토론했다.


(사진 위는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세션의 진행을 맡은 김종갑 K-ICT 본투글로벌센터 센터장. 사진 아래는 토론자로 나선 팀 채 500스타트업스 한국 지사 대표, 김유진 스파크랩 공동 대표, 전미호 코트라 수출창업지원팀장, 김 센터장(사진 왼쪽부터). [자료 제공= 디캠프])

세 번째로 진행된 토론 세션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에는 채 대표를 비롯해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스타트업 지원 전문기관 K-ICT 본투글로벌센터’의 김종갑 센터장,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의 김유진 공동 대표, 코트라(KOTRA) 수출창업지원팀의 전미호 팀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방안에 대해 네 명의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내용은 이렇다. 충분히 준비하고 나가라.’ 시장에 대한 이해 없이 제품이나 기술만 믿고 뛰어들었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는 것. 이날 패널 토론의 주요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해외 진출은 언제 해야 좋나

채 대표: 회사마다 다르다. 창업자 본인이 교포거나 그 나라에서 유학생활을 해봤다면 바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해 볼 수도 있다. 언어를 못하고 그 시장에 커넥션 없다면 세계적 수준의 제품이 있다 해도 망하는 게 분명한 것 같다. 한국에서 기본기를 키운 다음에 나가라고 하고 싶다.

김 대표: 많은 이들이 윈 코리아 퍼스트’(한국에서 먼저 성공하자)를 이야기한다. 그만큼 한국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다음에 나가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해외진출을 할 때도 자신감과 꿈, 결심이 있어야 한다.미미박스’(온라인 화장품 유통업체)의 하형석 대표도 미국 진출할 때 주위에서 많이 말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을 갖고 나가 성공한 케이스다.

전 팀장: 코트라가 중점적으로 보는 곳은 개발도상국이나 신흥 시장 쪽이라 다른 분들 의견과 좀 다를 수 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창업 아이템이라면 좀 더 성숙한 한국 시장에서 먼저 테스트를 해보고 나가는 게 좋다. 하지만 창업을 꼭 획기적이고 남들이 생각 못 한 모델로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게다가 중국이나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는 한국에서 원래 하던 비즈니스 모델로도 사업해볼 기회가 남아 있는 편이다. 수요가 어느 정도 검증된 모델이라면 처음부터 아예 현지에 나가서 부딪혀보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 해외에서 진행하는 데모데이(스타트업 기업이 투자자들에게 제품과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행사)나 상주 프로그램 등에 참가하는 게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될까

김 센터장: 솔직히 그런 행사에 참가해서 성과가 있다고 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닌가. 사전에 몇 개월 충분히 준비하고 누구 앞에서 발표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간다면 성과가 있겠지만, 문제는 행사 전날까지도 누구에게 발표하는지도 모른다는 거다. 그런 상황에서 5분 발표하고 10분 질의응답 받고 성과가 나온다고 기대한다면 그걸 기대하는 사람도 이상한 거고, 성과가 실제로 나오는 것도 문제다.

전 팀장: 그런 행사의 진짜 목적은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글로벌 투자자나 관계자들에게 기업을 노출하고 시장을 공부하는 데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런 목적에 맞게 행사를 활용할 필요가 있고, 나중에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그 이후 비즈니스를 잘 연결해나가는 능력이 필요하다.

김 대표: 대다수 데모데이의 목적은 그동안 해왔던 성과를 투자자에게 빨리 보여주고 실제 투자를 받아내는 거다. 투자자나 펀드마다 성격과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행사에 어떤 투자자가 오는지를 잘 봐야 한다. 한국 법인에 투자가 가능한 투자자인지부터 확인해보는 게 좋다. 미국에서 투자를 받고 싶다면 일단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실제 하고 있어야 한다. 아직 안 하고 있다면 앞으로 반드시 할 수 있다는 걸 강하게 증명해줄 수 있어야 한다.



- 많은 스타트업들이 중국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런데 혹자는
 사기당하거나 기술을 뺏긴다”고 걱정하고, 누군가 
대박 시장”이라고 이야기한다.

전 팀장: 시장 규모로 볼 때 중국 진출을 피할 수는 없을 거다. 우리 입장에선 미국보다도 더 큰 시장일 수도 있고. 다만 실제로 기술 도용 등으로 피해입은 스타트업이 있는 만큼 리스크 매니지먼트(위기 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필요는 있다. 상표권 등록이나 특허 확보, 협상 과정에서의 문제, 계약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내부 프로그램을 함께 돌려야 한다.

- 올해는 주로 어떤 곳에 투자할 계획인가

채 대표: 지난 2년 동안 23개 기업에 투자했는데 올해 목표는 20개로 잡았다. (미국) 본사에서 파견 나와있으니 어느 한 분야만 볼 수는 없다. 기존에 투자한 곳은 이커머스(전자상거래)와 핀테크 쪽이고 각 1~3억 정도 투자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쪽을 보고 있다.

김 대표: 팀 구성이 좋은지,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지, 해외 진출 가능성이 있는지를 다 고려해서 한다. 물론 요즘 유행하는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AI(인공지능) 등을 눈여겨보고 있긴 하지만 특별하게 핫’하다는 분야를 따로 보지는 않는다.

김 센터장: 글로벌을 고려하다 보니 기술 기반의 기업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연간 100곳 정도를 자체 선발해서 집중 육성하고 컨설팅, 교육, 데모데이, 해외 로드쇼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는 특히 B2B(기업 간 거래) 파트너들을 연결해줄 수 있는 자리도 고려하고 있다.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된 토론에서 패널들이 강조하는 건 바로 기본기’였다. 김현영 옐로모바일’ 부사장(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겸임교수)은 비즈업과의 인터뷰에서 주재원을 직접 보내는 대기업들도 서로 다른 언어나 문화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물며 현지 전문가도 고용하기 어려운 게 스타트업이니 해외 진출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종훈 국민대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 조교수 역시 해외 진출을 하려면 그 나라의 법과 문화뿐 아니라 종교적 특성까지도 고려해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사= 비즈업 조가연 기자 gyjo@bzu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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